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일년 미만 토지거래가 문제가 아니라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다는 게 문제 아니냐." "비사업용 토지를 장기 보유한 것도 투기로 본다는 논리냐. 이젠 실망을 떠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지난 29일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자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의 핵심은 한 마디로 투기 유입 자체를 원천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직자 투기를 막자고 마련 중인 대책 곳곳에 애꿎은 선의의 피해를 가져올 내용이 담겼다는 점이다. 실제 양도소득세가 최대 70%까지 오르는 비사업용 토지는 현재 땅 소유자가 현지에 거주하지 않는 부재지주가 보유한 땅이 대부분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농지’ 중 비농민이 소유한 땅의 비율은 2015년 기준 43.8%에 이른다.
다만 이를 모두 투기 목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등록 농업인이 전체 인구의 7~8%로 쪼그라들다 보니 대부분의 부재지주는 현지 지인이나 영농법인을 통해 땅을 대리 경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양도세가 너무 과중해 직접 농사나 임업을 하지 않는 경우 땅을 보유하기 어렵게 됐다. 심지어 주말농장을 위한 토지 취득도 힘들어졌다. 자칫 농지 거래 자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대신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로 내 집 마련에 나섰던 2030세대들도 반발한다.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토지에 국한되지 않고 상가, 오피스텔 등에도 적용될 수 있어서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해 2030세대의 주요 주거수단이 되고 있는 오피스텔이 규제의 불똥을 맞게 됐다. 아직 미혼이라는 한 누리꾼은 "이러니까 비혼이 늘지 겁나서 결혼하겠냐. 살 길을 죄다 막는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동산 투기 및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때부터 견지해온 정책 기조다. 다만 이번 사태의 핵심이 단순 일반인들의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내부 정보에 밝은 공직자 투기였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