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공공재건축에 대한 불신이 큰데다 재건축 조합도 설립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어요. 평당 1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매물도 많아요."(서울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공공주도 공급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압구정동, 목동 등 서울 요지의 재건축 추진단지 몸값이 치솟고 있다. 서울시내 곳곳에서 집값 하락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이들 지역은 조합설립인가, 1차 안전진단 통과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현대1차 196㎡ 63억원 ‘역대 최고가’… 11.5억원 껑충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196㎡(전용면적)는 이달 15일 63억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지난달 종전 최고가였던 51억5000만원보다 11억5000만원이나 높은 가격이다. 신현대 12차 182㎡도 지난달 57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종전 최고가 45억원보다 12억원 넘게 값이 뛰었다.
이 일대 아파트값은 2년 이상 실거주 조합원에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주는 내용을 담은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각 단지들이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조합설립인가를 서두르면서 사업에 속도를 낸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압구정 4·5구역은 지난달 압구정 지구 특별계획구역 내 6개 구역 중 최초로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나머지 1~3구역도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이후 확산된 공공 재건축 불신 역시 가격 상승세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공공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사업성이 좋은 핵심 민간재건축 단지들이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면서 "워낙 고가의 아파트라 거래가 많지는 않지만 이뤄지는 족족 신고가를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 91㎡·2단지 97㎡도 20억원 넘어
재건축을 활발하게 추진 중인 목동신시가지 일대 역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 91㎡는 이달1일 지난달보다 1억5000만원이 오른 20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2단지 97.92㎡ 매물은 지난달 20일 2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의 직전 최고가는 지난해 12월 18억5250만원이었다. 두 달 여 만에 2억원 가까이 값이 뛴 셈이다.
총 2만6635가구 규모의 목동 신시가지아파트는 14개 단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6월 6단지가 처음으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해 재건축이 확정됐고, 현재 목동 5·11단지가 2차 정밀안전진단 결과 발표를 앞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결과는 서울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다음달 7일 이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단지의 결과는 나머지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 추진 속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최근 LH사태 등으로 인해 공공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민간재건축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여기에 서울시장 후보들이 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기대감이 더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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