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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4·7 보궐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선출되면서 규제의 벽에 가로막혔던 한강변, 강남, 목동 재건축과 2·4대책 이후 급랭한 비(非)강남권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 후보 지지율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서자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확 풀겠다"는 그의 공약에 시장이 먼저 반응하는 분위기다.
◆"일주일 안에 규제 푼다"…한껏 부푼 한강변·강남 재건축 기대감=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 후보가 지난 23일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된 이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양천구 목동 일대 재건축 투자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 오 후보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내세운 대표 공약이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이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박원순 전 시장 취임 이후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던 잠실5단지, 목동, 여의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면서 "투자자들은 이미 오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정비사업 구역 전체가 들썩이는 가운데 특히 한강변 재건축이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오 후보가 박 전 시장의 대표 규제인 ‘한강변 35층 높이 제한’을 없애고 최고 50층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자신의 서울시장 불명예 사퇴로 중단된 ‘한강변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재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는 "호가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높은 매물까지 소화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현대1차 196㎡(전용면적)는 지난 15일 63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종전 최고가 51억5000만원에서 11억5000만원이나 상승했다.
박 전 시장의 마스터플랜 보류로 정비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여의도도 비슷한 분위기다. 여의도동 B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이 서울시장 선거의 핫 이슈가 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상당수 거둬들이고 있다"며 "선거 결과가 나오면 매도 여부를 확실히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의 서울시장 시절 ‘유산’으로 불리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역시 그의 선출을 반기고 있다. 이 구역은 오 후보의 한강변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최고 50층 높이 재개발이 결정됐지만 박 전 시장 취임 이후 사업이 지연된 곳이다. 오 후보가 박 전 시장 유산 지우기의 일환으로 이 지역 개발을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오 후보는 ‘스피드 주택공급 1탄’을 성수전략지구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의 협조 없이 시가 재건축 규제를 풀기 어렵기 때문에 섣부른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도시 서울의 한강변 스카이라인 구축을 위해서는 35층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다만 재건축 규제 완화는 시장 권한을 넘는 부분이 많은데 중앙정부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2·4대책 이후 '거래절벽' 초기 재개발 시장도 활황=선거 효과는 재건축 시장뿐 아니라 비강남권 재개발 시장으로도 불어닥쳤다. 2·4 대책 이후 신규매수자 현금청산 우려에 급랭했던 노후 빌라시장이 분위기 반전을 맞은 것이다. 심지어 구역지정조차 이뤄지지지 않은 초기 재개발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오 후보가 도봉구 창동 일대를 강남역과 같은 북부수도권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일대 저가 매물은 과열 양상마저 나타난다. 취득세율이 1.1%인 공시가격 1억원 미만 매물은 씨가 말랐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창동 C공인 관계자는 "오 후보가 창동 개발에 관심이 많다보니 하루에 문의전화가 40통도 넘게 쏟아진다"면서 "실투자금 5000만원대 매물이 야권 후보 단일화 발표 당일 7000만원이 되더니 지금은 1억원 이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구로동 일대 분위기도 비슷하다. 오 후보가 구로차량기지를 신속히 이전하고 이 일대에 마곡지구에 버금가는 핵심 기능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 D공인 관계자는 "당선되면 집값 상승이 불을 보듯 뻔하니 집주인들 사이에서 ‘꽉 쥐고 있자’는 분위기가 퍼졌다"면서 "매물이 잠기니 실투자금 수천만원 수준이던 빌라 가격이 1억3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다만 투기성 매매가 잇따르면서 과거 뉴타운 광풍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 뉴타운 대상지가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사업 추진이 중단되면서 난개발, 주민 갈등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면서 "정비계획이 불확실한 극초기 재개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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