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부동산 시장의 혼조세가 강해지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누적되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실거래 가격이 1억원 이상 하락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집값 상승 분위기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공직자 투기 수사와 보유세 회피 물량, 2·4 대책 후속 조치 등 변수가 많은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아직 대세 하락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다수다.
◆쌓이는 매물, 조정장세?= 22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서울의 25개 자치구는 모두 한 달 전보다 아파트 매물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봉구가 이 기간 아파트 매물이 1050건에서 1302건으로 늘어 2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밖에 노원·종로·서대문구가 21.0%, 관악구 20.5% 등 대체로 한 달 사이에 매물이 크게 늘었다. 서울에서는 금천구가 3.8%로 매물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이는 올해 초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다. 지난 1월만 해도 동작구(-26.0%)와 노원구(-24.6%)에서 아파트 매물이 한 달 전보다 25% 안팎으로 줄어드는 등 25개 자치구 모두 매물이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부산, 울산 등 지방 주요 도시를 대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으면서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으로 매수세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초 거래된 아파트는 거의 절반이 신고가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됐다.
하지만 2·4 대책이 발표되고 50일 가까이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 주요 단지에서 실거래가 하락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용산구 문배동 용산KCC웰츠타워 84㎡(전용면적)의 경우 지난달 19일 12억8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8일에는 10억6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돼 2억2500만원이 떨어졌다.
강북구 수유동 SK북한산시티 114㎡도 실거래가가 지난달 18일 9억3000만원에서 이달 1일 8억7800만원으로 5200만원 하락했다. 강북구 미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호가가 크게 하락한 것은 아니지만 매수세는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대세 하락은 아직"= 다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집값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특히 LH 직원 투기로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이 동력을 상실할 경우 다시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정부의 ‘보유세 폭탄’에도 서울 아파트 매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것 역시 오는 6월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 이후 매수세가 회복될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실제로 매물 증가에도 상당수 아파트는 여전히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성동구 대림동 대림e편한세상 84㎡는 실거래가가 지난달 23일 11억6000만원에서 이달 6일 12억75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올랐고, 동작구 대방동현대 59㎡도 지난해 12월12일 8억3800만원에서 이달 6일 8억7000만원으로 3200만원 올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도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보유세가 늘면서 회피 매물이 얼마나 나올지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만큼 매수세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아직은 하락이 대세라고 보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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