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3.20 22:24

공직자 투기에 감독기구 설치 탄력…"일반인 감시만 강화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을 계기로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부동산 감독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부동산 분석원' 설치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분석원의 경우 그동안 '부동산 빅브러더', '시장 위축' 등 부작용 우려가 컸던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일각에서는 공직자들의 투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부동산 거래를 감시하는 새로운 감독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최근 LH 투기 사건을 계기로 부동산 분석원 설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당정은 당초 지난해 말 출범을 목표로 국토부 산하에 대규모 상설 정부조직인 분석원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부동산 빅브러더' 논란이 일며 근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LH 직원 등 공직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신도시 땅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보다 강력한 감독기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작은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LH 사건과 관련해 "비정상적인 부동산 거래와 불법 투기를 감독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등 근본적 제도 개혁에 함께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홍 부총리도 지난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불법행위를 포착하고 수사할 수 있는 감독기구인 분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토부에 설치된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의 경우 시장의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이 있긴 하지만 조직이 비교적 작고 실질적인 감독·처벌 권한이 부족한 만큼 보다 강력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후 여당에서도 분석원 설치에 힘을 보태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19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분석원과 같은 강력한 부동산 감독기구를 설치해서 시장 모니터링과 불법 단속을 상시화하겠다"며 "정부는 부동산 질서를 무너뜨리는 모든 시장 교란행위에 엄중히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7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해 여당에서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분석원은 부동산 거래를 감시하고 불법행위를 포착해 처벌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거래 조사를 위해 사업자등록 정보, 과세 정보 등을 국세청 등 관계 행정기관에 요청할 수 있고 필요하면 금융회사에서 금융거래 정보와 신용정보 등도 받을 수 있다. 기존의 감시기구와 비교하면 권한이 막대하다.
당정은 분석원이 설치될 경우 공직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분석원 설치가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켜 부작용을 야기하고 과도한 사거래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시장이 위축되면 불법행위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주택 공급량이 줄고 서민들의 주거환경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각종 부작용을 일으켰던 만큼 '부동산 빅브러더'에 대한 반발도 큰 상황이다.
공직자 투기 때문에 일반들의 거래를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는 감독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분석원은 그 성격과 목적 상 일반인의 부동산 거래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직자의 거래는 기준을 강화하고, 일반인은 보다 자유로운 거래를 보장해줘야 하는데 분석원 설치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부동산원 등 다른 기관들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거래가 위축되고 국민의 재산권 행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시적으로 거래정보가 취합되는 곳에서 이상징후가 포착되면 수사나 분석을 하는게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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