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3.19 11:20

위기감 극에 달한 정부·여당, 공직자 재산 공개 확대 카드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문제원 기자] 정부와 여당이 모든 공직자들의 부동산 재산 등록 및 거래 사전 신고제를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에 대한 정부 여당의 위기감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집값 폭등을 잡기 위한 복안으로 내놓은 ‘2·4 공급대책’이 투기 암초에 걸리며 동력 상실의 우려가 커졌고 시민단체들마저 ‘정권의 실패’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투기와의 전쟁’ 선언에도 불구하고 공직자들의 투기 의혹이 지역과 직급을 가리지 않고 크게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명 및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밝히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소급 적용해 현재까지 발생한 투기이익을 환수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까도까도 나오는 투기…재산공개 확대 = 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은 신도시와 산업단지 등 전국 곳곳의 개발 예정지를 중심으로 한 투기가 공무원과 정치인 등을 포함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는 민낯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당정청이 19일 내놓은 모든 공직자들의 부동산 재산을 등록하는 방안과 부동산 거래 사전신고제 도입은 아예 모든 공직자들의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해 내부정보를 이용한 재산증식 자체를 전면적으로 막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하며 국민적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지형도를 바꾸는 등 여권의 정치적 기반마저 위협하게 되자 나온 일종의 ‘극약처방’인 셈이다.
부동산등록제는 현행 4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직자 재산등록의무제 대상을 부동산 정책 관련자의 경우 5급 이하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또 부동산 신고제는 부동산 정책 관련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이 부동산(토지·주택)을 거래할 때마다 기관장 등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이 있을 경우 최대 5배까지 환수토록 조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전 공직자’라는 범위만을 강조한 나머지 향후 차명거래 등 세부적인 조사 지침을 제시하는 데에는 미흡한 면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와 여당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전체’라는 범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해관계가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다면 보여주기 식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등을 위한 고위 당정청협의에 참석, 기념사진을 찍은후 돌아서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퇴직자 조사 및 환수 소급적용 불가능 =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직이 아닌 공직자는 물론 LH 퇴직자들에 대한 조사가 겉돌고 있어 공직자 투기의 발본색원이 구호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부당 취득이익에 대한 3~5배 환수조치 역시 ‘비밀 정보 이용’ 혐의 입증이 쉽지 않고 소급 적용에 대한 논란도 있어 실제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 20명의 경우 구입한 땅의 공시가격이 지난 10년 동안 2배 가량 오른 곳도 있다.
또 전·현직 임직원들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 유죄를 이끌어 낸다고 해도 토지보상 등이 이뤄지지 않아 현행 몰수 제도는 사실상 적용이 어렵다. LH 퇴직자는 정부가 조사하기로 한 지난 2013년 이후 작년까지 1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LH 조직 개편 방안에 대한 언급을 미루고 특히 이번 투기 사태를 또 다른 ‘옥상옥’ 감독감시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설하는 명분으로 삼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번 LH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 대책들을 말하고 있지만 일시적 방편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일반인들은 보다 자유로운 거래를 보장해줘야 하는데 분석원은 그 성격과 목적 상 일반인들의 부동산 거래를 압박할 가능성이 커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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