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3.18 11:38

농지 투기 강제처분·이익환수…가능성은 미지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용버들 등 묘목이 심어져 있다./시흥=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농지 투기와 관련해 정부가 강제처분 및 이익환수에 착수한다고 밝혔으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달리고 있다. 농지법을 적용해 농지를 강제처분하겠다는 것인데, 헌법상 비농업인의 합법적인 농지소유 또한 가능해 법적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현행 제도법상 농지는 취득자가 농지계획서에서 밝힌 대로 이용해야 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정기적으로 농지 이용실태를 점검해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강제처분까지 할 수 있다. LH 직원들이농사를 짓겠다고 산 땅을 그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농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농지를 강제처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1996년 개정된 농지법 제10조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하는 농지 등의 처분’ 규정은 "농지소유자가 소유농지를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직접 경작하지 않을 땐 1년 이내에 당해 농지를 처분토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당해 농지가액(공시지가)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농지법은 물론 헌법조차 예외규정 등을 통해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지법만해도 농업인이 아니어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경우가 상속, 주말농장, 임대차 등 16가지나 된다.
강제처분을 위해서는 LH 직원들의 투기 목적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일부 농업품목의 경우, 비농업인과 투기꾼의 자경 여부는 외견상 구분이 안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 LH 투기 사태에서 드러난 묘목심기다. 사 교수는 "실제 농업인이 묘목을 심으려고 한다면 농업인도 결국 ‘투기꾼’이 하는 똑같은 방법을 쓰게 된다"며 "묘목을 심었다고 해서 투기 여부를 가려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설사 목적에 반하는 경우를 적발했다하더라도 강제처분에는 위헌 소지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이 경자유전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동시에 예외조항도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21조 제2항은 "또한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하고 있다. 사 교수는 "비농업인의 합법적인 농지 소유는 헌법상에서 허용되고 있다"며 "농지법을 통해 투기냐 아니냐를 구분하고 단죄한다는 것은 위헌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법이 없는 한 정부가 개인의 재산을 직접 강제처분한다는 건 어렵고, 정부의 강제처분은 ‘자경 의사 없음으로 인한 처분 명령’을 발동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일단 대토보상은 철저히 차단하되 현금보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금보상은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액에 따라 이뤄진다. 2~3명의 감정평가사가 해당 토지 인근 표준지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땅의 모양이나 맹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정가를 산정한다. 감정가는 평가 과정에서 시세를 고려해 공시가격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정해지는 편이다. 심지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정책으로 공시지가도 오르는 추세고 신도시 부지 공시가격도 이미 오를대로 올랐다. 가령 광명시 옥길동 밭(526㎡)의 경우 LH 직원이 사들였던 2017년 24만1000원에서 지난해 27만4400원으로 13.9% 올랐다.
결국 이들의 이익을 완전히 환수하려면 3기 신도시 내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투기를 했다는 사실을 수사 등을 통해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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