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3.17 11:03

'부자세' 내게된 1주택자들…비현실적인 종부세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 강북 외곽은 물론 지방 아파트 1주택자까지 무더기로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에 포함됐다.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로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종부세의 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현실화를 빌미로 매년 공시가격을 가파르게 올리면서도 정작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고가주택’의 기준은 12년째 손질하지 않은 결과다.



◆외곽 중소형도 "종부세 내세요"= 17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에 따르면 정부가 아파트 등 공시가격을 평균 19% 이상 올리면서 서울 외곽지역에서 한꺼번에 공시가격이 수억원씩 급등하면서 중형아파트조차 1주택자 기준 종부세 과세대상인 9억원을 넘어선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있는 ‘롯데캐슬 노블레스’ 84㎡(전용면적) 공시가격은 지난해 7억8500만원에서 올해 9억9400만원으로 26.6% 오르며 단숨에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다. 강서구 염창동 ‘e편한세상염창’ 84㎡ 공시가격은 지난해 7억2800만원에서 올해 9억6900만원으로 33.1% 올랐다.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센트럴아이파크’ 84㎡는 같은 기간 6억9900만원에서 9억16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급등했다.
경기권과 지방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경기도 수원 영통구 원천동 ‘광교 아이파크’ 90㎡ 공시가격은 지난해 7억2700만원에서 10억4200만으로 올랐다. 심지어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84㎡는 5억1500만원에서 9억4500만원으로 뛰었다. 6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되는 재산세율 인하 대상이던 아파트가 1년만에 종부세 부과대상으로 바뀐 셈이다.
59㎡의 소형아파트도 줄줄이 종부세 대상이 됐다.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59.77㎡는 올해 공시가격이 9억43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억5700만원 대비 24.6% 오른 것이다. 마포구 용강동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59.98㎡도 지난해 8억5300만원에서 21% 오른 10억3200만원을 기록했다. 과천시 별양동 ‘래미안센트럴스위트’ 59㎡은 8억8400만원에서 9억9200만원으로 올랐다.




◆부자세 아닌 서민세 된 종부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1가구1주택 기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지난해에 비해 21만5000호 이상 증가한다. 전국에서 69.6%, 서울에선 47.0%가 늘어난다. 기존에 종부세 부과 대상 아파트가 없던 울산, 충북에서도 종부세를 부담하는 아파트가 생겨난다. 17개 시·도 중 종부세 부과 대상 아파트가 없는 곳은 강원도와 전북, 경북, 경남 등 4곳뿐이다.
특수목적의 부유세에 해당하는 종부세가 사실상 보편 보유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부유층, 부자임에도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으로 1주택 일반인들마저 모두 부자세를 내야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70% 안팎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90%까지 올릴 방침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부자세를 내는 1주택 서민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집값 상승 추세가 이대로 이어지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정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2025년에는 서울 시내에서 84㎡이상 모든 아파트가 종부세를 내게 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이미 지난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원을 넘어섰다.
이에따라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고가주택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종부세 대상 주택이 대폭 늘어난 데에는 12년째 변하지 않고 있는 종부세 부과 기준이 꼽힌다. 온국민이 부자가 됐기에 부자세를 내는 것이 아니라, 부자세 기준이 과거에 머물러 있기에 부자세 대상자가 과도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수준에 부자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도저히 국민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최소한 종부세 부과 대상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5억으로 높이거나, 1가구 주택자에게는 아예 종부세를 면제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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