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정부는 2·4 공급 대책에서 신설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으로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5년간 13만6000가구를 공급한다. 기존 공공 재개발·재건축에 공공성을 한층 더한 제도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조합으로부터 사업권을 넘겨 받아 단독 시행자로 나서는 제도다.
관리처분인가 생략, 통합심의 적용 등 절차가 간소화돼 사업 기간이 5년 이내로 단축된다. 특히 이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배제되고 조합원 2년 거주 의무 미적용, 용적률 상향 등 파격적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단 기존 재개발·재건축 추진 구역들의 초기 반응이 회의적이라 정부가 원하는 규모의 공급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 총 9만3000가구, 경기·인천 21만가구, 지방광역시 2만2000가구 등 총 13만6000가구가 공급된다.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이란 주민이 희망하는 경우 재개발·재건축을 LH·SH 등 공기업이 직접 시행하고, 이들 주도로 사업·분양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방식을 통해 정비계획 수립부터 이주까지 소요되는 사업 기간을 기존 13년 이상에서 5년 이하로 대폭 단축시켜 도심에 주택 공급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통합심의 등 신속한 인허가 절차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정비 사업은 통합심의 방식이 없어 건축심의, 교통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에 과도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조합총회 및 관리처분인가 절차 역시 생략된다. 현행 순이던 절차가 으로 간소화하는 것이다.

조합원 3분의2 동의하면 조합 해산, 공기업이 단독시행자가 돼 부지확보 나선다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조합원 2분의1 동의로 신청할 수 있다. 공기업이 제안사업 적정성을 검토해 지자체에 정비계획 변경을 신청하고, 조합이 1년 내 조합원 3분의2 동의를 받으면 사업이 확정된다. 이후 공기업은 단독 시행자가 돼 현물선납 및 수용방식으로 부지확보를 실시한다. 부지확보가 완료되면 지자체가 통합심의 후 인허가를 하게 되고 이후 착공이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확정한 조합은 공기업에 모든 권한을 넘겨줘야 하는 것이다. 즉 조합은 시행사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고 모든 의사결정기능을 공기업에 양도하게 된다. 단 토지등 소유자가 시공브랜드를 직접 선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토지 등 소유자는 신축 아파트 우선공급권을 받는 대신 기존 자산을 공기업에 현물선납해야 하며 추가부담금은 향후 정산된다. 공기업은 부지확보를 위해 우선공급을 희망하지 않는 조합원의 자산을 현금자산으로 수용한다.재초환, 실거주 2년 거주 의무 '없음'…단 신규 매수자 분양권도 '없음'정부는 참여 활성화를 위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택한 조합에게는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의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용도지역 1단계 종상향 또는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 상향 등을 인센티브로 내놨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도 미부과한다. 이 제도의 목적이 개발이익 사유화 방지인데 개발이익이 공공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투기수요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신청 즉시 해당 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또 대책발표일 이후 이 구역 내 부동산을 취득하더라도 아파트 우선공급권을 받지 못하게 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물량은 조합원 분양을 포함한 공공분양 70~80%, 공공임대·공공자가 20~30%로 구성된다.
공공재개발·재건축과 마찬가지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주민 동의율이 관건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SH공사 등이 재개발·재건축을 직접 시행하면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재건축·재개발 반대파들에 대한 설득과 이에 대한 수익 보장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사진=류태민 기자)
초기 반응은 일단 회의적…"그래봤자 공공"실제로 기존 재개발·재건축 구역의 초기 반응은 부정적이다. 조합을 배제하고 공공이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할 시 품질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강남권의 대표적 중층재건축 추진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대책이 나오자마자 주민들이 반대하자고 먼저 연락이 왔다"며 "모든 권한을 공공에 내주면 어떤 아파트가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누가 찬성하겠냐"고 반문했다. 주민들 역시 "조합을 배제하고 공공이 100% 직접 시행하면 조합원의 의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며 "열악한 주거환경이 예상되고, 그러면 자산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공공 직접 시행에 얼마나 많은 주민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신규 매수자에게는 분양권을 주지 않는 우선공급 방식이 소유주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재개발의 경우 대부분의 추진 구역에 시세차익을 바라는 투자자가 유입된 터라 이 경우 동의율 3분의2를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 양팔석 부자아빠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재산 증식이 불가능한 방식이라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해도 투자자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공공 공동 시행 방식인 기존 공공재개발 추진 재개발 구역들도 공공 단독 시행 방식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앞서 공공재개발 공모에 신청한 구역 주민들은 공공 직접시행이 공공재개발 대비 불확실성이 큰 반면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판단이다. 박종덕 신길1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원장은 "공공재개발 역시 공공직접시행과 마찬가지로 예상 사업기간이 5년이라 절차 단축이 큰 의미가 없다"면서 "게다가 공공직접시행은 공공이 부지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기존 주택 소유자 권리침해 가능성이 있어 차라리 공공재개발이 더 낫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정된 자원으로 무리한 공급을 추진하면서 기존에 추진하던 공공재개발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강북권 재개발 해제구역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을 선택한 이유는 정부의 집중적 관심으로 빠른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공공 직접시행으로 9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하니 인력이 한정된 상태에서 공공재개발이 뒷전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토로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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