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1.10 10:32

재건축 규제 강화→리모델링 수도권 넘어 지방으로…전망은?

서울 매봉산에서 바라본 송파, 강남 일대 아파트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경기 수도권을 넘어 지방에서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단 내력벽 철거 등 수익성과 직결된 규제가 여전한데다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장관이 리모델링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리모델링 추진 단지 수도권 넘어 부산, 대구 등 지방 광역시로 확산10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조합설립인가 완료 및 조합창립총회 예정 단지 포함)는 2019년 12월 말 37곳(2만3935가구)에서 지난해 12월 말 54곳(4만551가구)로 늘었다. 1년 만에 17단지가 늘어난 셈이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11월 송파구 가락동 가락(1차)쌍용아파트(2064가구)가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엔 성동구 금호동 금호벽산아파트(1707가구)와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남아파트(807가구)가 잇달아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다. 경기도 군포시는 지난달 31일 1기 신도시인 산본신도시 금정동 율곡주공3단지(2042가구)의 리모델링 조합 설립인가를 공고했다.
특히 리모델링 추진 분위기는 최근 수도권을 넘어 지방 광역시로도 퍼지고 있다. 부산시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인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7374가구)는 지난해 말 리모델링 주택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부산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첫 아파트 단지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우방청솔맨션아파트(194가구)도 리모델링 조합설립 추진위를 구성하고 지난달 협력업체 입찰 공고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은 물론, 수원과 용인 수지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도 리모델링에 큰 관심을 보였다"면서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는 단지들이 본격적인 조합을 설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추진 단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재건축 규제 반사효과…리모델링 15년 이상이면 추진 가능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지하 주차장을 새로 만들거나 더 넓힐 수도 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급증한 것은 재건축 규제 강화에 따른 반사효과 영향이 크다. 재건축이 2018년 3월 안전진단 강화로 기준 연한인 준공 30년을 넘어도 통과 등급인 D(조건부 허용)나 E(불량)를 받기 어려워진 반면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고, 구조체(골조) 안전진단에서 유지·보수 등급(A∼C) 중 B 이상이면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이, C 이상이면 수평 증축이 가능해지기 대문이다.
재건축보다 인허가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사업 추진이 비교적 쉬우며 임대주택 공급 의무가 없고, 초과 이익환수제 대상도 아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사업 규제 강화로 2000년대 중후반 일었던 리모델링 붐이 다시 재현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수익성 높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허가 단지는 송파 성지 1곳 불과하지만 리모델링 사업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익성과 직결되는 수직증축과 가구 간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를 놓고 정부의 규제 기조가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4년 4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했다.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의 층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현행 주택법은 15층 미만은 2개층, 15층 이상은 3개층까지 층수를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리모델링으로 늘어난 주택을 일반에 분양해 사업비로 충당할 수 있어 수평증축 대비 사업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중층 아파트 단지에서 새로운 사업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를 받은 곳은 지난해 2월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2014년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해 1차 안전진단까지 통과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느티마을 공무원 3·4단지는 지난달 2차 안정성 검토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수직증축을 허용하면서 안정성 검토 제도가 도입했는데, 검토 기간이 오래 걸리고 과정이 지나치게 엄격해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수직증축을 추진하던 리모델링 단지 일부는 수익성이 비교적 낮은 수평·별동 증축으로 선회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건영(240가구)은 지난달 초 조합원 총회를 열어 수평증축으로 건축 심의안을 접수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역시 수직증축을 추진하던 분당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평촌 목련2단지도 수평증축 설계안으로 건축 심의를 끝마쳤다.

신임 국토부 장관 정책 변수…변 장관 "수직증축, 위험한 주택정책"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정책 역시 변수다. 과거 리모델링 수직 증축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기 때문이다.
변 장관은 2013년 4월 당시 민주정책연구원(현 민주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리모델링 수직 증축에 대해 "위험한 주택정책"이라며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주택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기 신도시는) 2기 신도시에 비해 밀도가 높아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행 시 영구 음영으로 주거의 질이 악화할 수 있고, 계획도시로서의 취지가 근본적으로 훼손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수직증축 사업이 앞으로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국토부는 리모델링 수직 증축의 사업성을 높여줄 가구 간 내력벽(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연구용역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다.
내력벽 철거는 재건축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의 확대를 위한 핵심 요소다. 국내 준공 15년 이상의 중층 아파트 대부분은 벽식구조(별도의 기둥이 없는 구조)에 2베이(bay) 평면(아파트 전면에 방과 거실이 하나씩 들어간 배치)이다. 리모델링 시 가구 간 내력벽을 철거해야 옆으로 공간을 확대해 채광·통풍을 극대화한 4베이 평면(아파트 전면에 방·방·거실·방 배치)을 만들 수 있어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된다.
앞서 정부는 2015년 말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아파트 가구 간 내력벽을 일부 철거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이듬해인 2016년 8월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후 2019년 3월까지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으나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연구 용역을 수행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해 9월 초 국토부에 검증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현재 실험 결과를 정리하고 있다"며 "논의가 끝나는 대로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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