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1.04 12:18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최종찬 "부동산 정책은 실패…시장불신, 정부과신"

서울지방조달청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조달행정발전위원회' 회의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5번째가 최종찬 조달행정발전위원회 위원장(전 건설교통부장관), 6번째가 김상규 조달청장.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누가 보더라도 참담한 결과다."
참여정부 초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를 이끌었던 지낸 최종찬(70)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29일 아시아경제와 가진 신년기획 인터뷰에서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시장을 불신하고 정부를 과신한 결과"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채 규제를 통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과한 자신감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최 전 장관은 "부동산 가격 안정이 목표라면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규제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면 세계 어느나라나 경제정책을 못할게 없다"고 지적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전ㆍ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이나 분양가상한제, 과도한 다주택자 규제 등이 정작 집값은 잡지 못하고 부작용만 키웠다는 것이다.
그는 중산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토지임대부 주택, 부동산거래분석원 등 앞으로 추진할 정책들도 시장 안정에 영향을 끼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선한 취지로 시작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던 임대차2법처럼 충분한 검토와 소통 없는 정책은 또다시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현재 건전재정포럼과 100세시대참여마당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 전 장관과의 인터뷰를 문답으로 정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4번의 부동산 정책이 나왔지만 집값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부동산 정책은 완전히 실패라고 봐야한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정부 규제를 통해서 뭐든지 해결하려고 하는 접근 방법이 잘못됐다. 물가가 올라가니까 물가를 올린 사람을 처벌하는 법 하나 만들면 해결될 것처럼 접근하니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시장 불신, 정부 과신'에서 모든 잘못이 비롯됐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중 하나가 임대차2법도 문제가 있다고 보나.▲어떻게 보면 아주 순진한 발상이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그렇게 하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임대인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전ㆍ월세 가격을 못올리게 하고 무조건 계약을 연장해주라고 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고, 임대인들은 어려운 상황을 다른 식으로 보완하려 해 부작용이 생긴다. 왜 그런 고려를 안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생전 처음하는 제도도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해봤고 다른나라 사례도 있다.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 다 안다. 결과적으로 임차인만 힘들어졌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집을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곳'으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 목표인데.▲공공임대를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다른나라에 비해서 공공임대가 적다.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저소득층을 위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임대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공이 임대주택 문제를 다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 중ㆍ고소득자를 위한 임대주택은 시장에 맡기고, 시장기능으로 잘 작동할 수 없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은 공공이 공급해야 한다. 우리나라 자가주택보급률은 58% 정도다. 세계 어디에도 100% 자기 집에 사는 나라는 없다. 임대주택 수요는 항상 있다. 그런데 정부는 다주택자 씨를 말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 희망대로면 곧 모두 1가구1주택자가 돼 민간임대주택은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100%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장이 공급하는 임대주택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질도 다를 수밖에 없다.▲민간은 이윤 동기에 의해서 움직인다. 같은 임대주택이라도 건설사나 매수자는 엄밀히 따진다. 한푼이라도 이익을 더 내기 위해서다. 반면 LH는 나름대로 분석은 하지만 수요에 맞는 평형이나 위치를 더 골똘히 생각할 이유가 없다.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수요에 맞은 임대주택이 공급될 수 없다. 대통령이 방문한 경기 화성 임대주택 단지도 4분의 1이 공실 아닌가. 민간임대시장을 죽이고 공공이 다하겠다는 건 비효율적이다.
-정부의 '핀셋규제'로 인한 풍선효과 때문에 전국 집값이 올랐다는 분석이 많다.▲이것도 정부 과신의 예다. 핀셋 규제로는 집값이 잡힐 리 없다. 부동산을 쫓아다니는 부동자금이 만약 100조원이라면 10조~20조원은 빠져야 전체적인 압력이 줄텐데, 100조원은 놔두고 '이 지역은 안된다. 그럼 이 지역은 돼요?'라는 식의 규제는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 건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만들어서 바람을 빼주는 게 필요하다. 부동산 리츠도 세제 혜택을 많이 주고 노후에 배당이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면 아파트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감독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는 어떻게 평가하나.▲지금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항구적인 기구를 만든다는 게 말이 안된다. 앞으로 2~3년 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 여기 직원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 그리고 이 기구가 만들어진다고 시장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국토부 안에도 부동산 담당하는 기구가 많다. 그런 식으로 정부 운영을 하면 안된다. 예산낭비다.
-지난해 아파트 청약시장은 '광풍' 그 자체였다. '로또 분양' 논란이 계속된다.▲분양가 규제는 가격안정 효과는 없고, 그 주택을 분양받는 사람의 재산 증식 역할만 한다. 무주택자는 사회 약자이니 싸게 분양해 돈을 벌게 해주자는 논리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수많은 무주택자 중 몇명을 뽑아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안기는게 사회정의에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극소수 당첨자에게 이익을 덜 주고 그 돈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는 게 낫다. 예컨대 15억원 짜리를 8억원에 분양하지 말고 12억원에 분양해 남는 4억원으로 정부가 임대주택을 더 짓는 거다. 현 청약제도의 또다른 문제는 서울 무주택자는 로또 확률이 있고, 지방의 무주택자는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고, '무주택자를 하더라도 서울 가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막기 위해 토지임대부 주택 등을 확대하려 한다.▲인간에 대한 본성이나 현실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집을 사는 사람은 목적이 두가지다. 내가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목적, 그리고 집을 사서 나중에 자본이득을 얻거나, 적어도 물가상승률만큼 내 재산이 손해는 보지 않게 하겠다는 목적이다. 토지임대부는 시세차익을 못거둔다는 점에서 장기임대주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거기 10년 살다가 이사 가려고 보면 주변 집값이 다 올라갈 곳이 없다. 그럼 그 사람들은 '정부 정책이 좋은줄 알았는데 나만 거지가 됐구나'라며 정부 원망을 할 수밖에 없다. 신임 국토부 장관은 과거 은행 융자까지 받아 집을 샀다. 다 똑같은 심정 아닌가.
-2021년에는 정부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정책을 내야 할까.▲도심에 양질의 새 아파트가 부족한 문제는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풀어서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공공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 인프라나 교통 용량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못하게 하면 이해가 되지만 이미 용적률을 높이는 건 동의가 돼 있다. 그게 아니라 집이 쓸만하니까 안된다는 논리다. 호텔이나 상가는 그냥 부순 다음 새로 짓고, 기존 도로가 있음에도 더 빨리 가려고 논밭 훼손하면서까지 새 도로를 뚫는데,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해 막는다는 건 맞지 않다.
신도시 개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일본은 벌써 신도시들이 많이 유령화 됐다. 20~30년 후에는 우리도 신도시 유령화 이야기가 나올 거다. 강남의 수요를 분산하려면 일산 등에 계획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사기간을 다만 1~2년이라도 단축해 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강남에 집중된 학교 등 교육수요를 외곽으로 분산하는 것도 필요하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체제에서 2021년 부동산 시장 전망은.▲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로만 봤을 땐 전임 장관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신임 장관이든 어떤 분이든 시장 원리를 잘 생각하고, 정부를 과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가 규제하고 법 만들어서 다 해결될 거였으면 세계 어느나라나 경제정책 못할게 없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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