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공병선 기자] 28일 오후 2시20분 여의도 국민은행 영업점. 점포 안에는 3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뽑아든 대기표를 들고 삼삼오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은행 창구 앞은 이미 만석이었고, 대기표 발급기계에 찍혀있는 대기인원 수는 13명이었다. 객장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는 충분한 대기 공간이 없어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실내 공간에 수십명이 모여 있었고, 대기 시간을 이용해 담소를 나누는 고객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정부의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대책'에 맞춘 은행 영업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첫 날인 28일. 이날 찾은 서울 도심 주요 시중은행 점포 8곳 중 대부분은 ▲실내 대기고객 10명 이내 제한 ▲한 칸 띄워 앉기 ▲직원과 상담고객 간 거리 2m(최소 1.5m) 거리유지 등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월말을 맞아 밀린 은행 업무를 보려는 사람들로 수십명이 붐비며 평소보다 더욱 혼잡했다.
을지로 우리은행 영업점 안에는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순식간에 사람이 몰려 대기인원만 22명에 달했다. 일부 고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의식해 번호표를 뽑고 아예 문 밖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여의도 신한은행 영업점 안에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실내 인원 수는 20명에 달했다.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는 고객들 때문에 문 앞에서 체온을 재고 인원 수를 제한해야 하는 직원은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고, 이로인해 일부 고객들은 체온측정 조차 하지 못하고 실내로 들어왔다.
시중은행 영업점 안에는 실내 대기고객을 10명 이내로 제한한다는 문구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실제 대기고객이 10명을 넘어설 때 지침대로 초과 인원을 밖에서 대기시키는 영업점은 보기 드물었다. 인원제한으로 입장하지 못한 고객을 위해 영업점 출입구 등에 '고객대기선'을 표시하라는 지침도 지키고 있는 곳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월말 고객 몰리는데…갑작스런 지침. 아직 준비 안돼"은행 관계자들은 은행연합회가 갑작스레 영업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지침을 발표해 바로 시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월말 은행 고객이 몰리는 시기에 은행 지점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놓은 지침이라는 하소연이다. 실제 지점 내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대기고객 제한 인원은 모두 똑같은 10명.
한 은행 관계자는 "오히려 코로나19 상황에 지난 8일부터 시중은행 영업점 업무시간이 1시간 단축됐고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휴가, 연수가 권장된 상황에서 고객이 몰리는 시기에 대기인원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지침"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침에는 기본원칙을 유지하되 각 영업점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문구가 붙어 강제성이 없다"면서 "아직 본사에서 은행연합회 지침과 관련해 내려온 공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기업은행을 비롯해 상당수 은행들은 은행 영업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시행 첫 날인 28일에도 각 영업점에 관련 지침을 공지하지 않은 채 내부 상황에 맞는 거리두기 강화 지침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연합회측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나 지난 24일 시중은행 몇 곳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어 내용을 정한 것"이라며 "은행별 사정이 다르고 갑작스레 만들어진 만큼 강제성 보다는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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