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지방광역시 분양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지난 9월 정부가 지방 광역시의 분양권 전매를 대거 규제하면서 이를 피한 기존 분양권들의 인기는 오히려 올라서는 '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도시지역 민간 분양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기존의 청약 당첨 이후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대폭 늘렸다.
하지만 2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월 평균 1.1%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던 부산의 아파트 가격은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가 시행된 이후 11월까지 두 달 동안 평균 4.1% 뛰어올랐다. 울산(1.1%→3.1%), 대구(0.6%→1.9%), 광주(0.3%→1.0%) 등 다른 지역도 규제 시행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촉발됐다.

부산 동구 '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 투시도 (제공=두산건설)
실제로 단지별로 보면 부산 동구 범일동 '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 75㎡(전용면적) 분양권은 지난달 7억8475만원(27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5월 분양 당시 해당 평형의 분양가가 3억7160만원이었던 데 비하면 1년7개월 만에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
대구 북구 고성동1가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전용 84㎡ 분양권도 지난 1일 7억5767만원(29층)에 손바뀜됐다. 지난 5월 분양 당시 5억6500만원에 분양됐지만 불과 7개월 만에 가격이 33.9% 뛰었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은 "기존 아파트는 물론 분양권 가격까지 급등하는 추세"라며 "분양권 가격과 분양가 간의 갭이 워낙 크기 때문에 분양시장은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게다가 분양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전매제한 조치이지만 의도했던 정책 효과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이후 오히려 청약 경쟁률은 급등하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부산 사하구 장림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사하'의 평균 경쟁률은 16.3대 1이었다. 2016년 이후 사하구 내에서 기록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로, 1순위 청약에만 1만4355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같은 날 213가구를 모집한 광주 광산구 쌍암동 '힐스테이트 첨단'도 1순위 청약에만 4만8720명이 몰렸다. 평균 229대 1의 경쟁률로 역대 광주 최고 청약 경쟁률이다.

자연스레 지방 집값에 대한 전망도 '보다 오를 것'에 무게가 실리는 추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KB부동산 매매가격전망지수는 121.6으로 2013년 4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 지수는 KB국민은행의 회원 공인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앞으로 시장 예측을 물어 조사하는 통계로 0~200 범위 중 100을 넘을수록 집값이 보다 오를 것이라고 보는 공인중개사들이 많다는 뜻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껏 25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집값 상승세를 잡지 못하고 실패했다"며 "지역별로 규제를 강화할수록 소비자들이 규제 지역을 '정부가 집값이 오를 것이라 검증한 지역'이라고 보는 인식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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