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2.28 10:59

귀 막고 규제철벽 친 巨與…희망절벽 앞 입닫은 기업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단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중단 입장 발표’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 요즘 주목받는 한 스타트업의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현행법 수정을 소관부처에 문의하려고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대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국무조정실 관계자를 찾아 기업의 애로점을 1차로 살펴봐달라고 당부했다. 공정경제 3법 등 반기업 입법이 관철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괜히 말을 꺼냈다가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A씨는 "기업들이 진짜 엎드려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회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앞두고 입법 중단을 요구하던 기업들이 점차 입을 닫고 있다. 거대 여당의 독주가 거듭되자 적극적인 의사 개진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경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의 일방적 처리를 계기로 말문을 닫고 소통을 포기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정치 리스크가 커지면서 정책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경영 환경 측면에서의 국가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재계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와 국회의 입법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국내 기업의 대관 기능은 마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 의견이나 입장을 수차례 피력해도 반영되지 않자 사실상 체념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30대 그룹의 대관을 담당하는 A부장은 "통상 입법은 행정부와 입법부가 비슷한 비율로 추진해 왔는데, 현 정권에서는 국회가 주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의견 수렴 과정이 생략돼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귀 막은 巨與… "설득? 전달조차 어려워"= 중견ㆍ대기업뿐 아니라 거대 경제단체 역시 소통과 설득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국회의 공정경제 3법 통과 과정에 불만을 토로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박 회장은 "규제를 완화하는 법은 안 해주고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들을 막 처리해버릴 때 무력감을 느낀다"며 "경제 3법의 경우에는 내용뿐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굉장히 서운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특히 "예상되는 부작용을 어느 정도 반영해주겠다고 했고, 공청회와 토론회도 열었지만 입법 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정치법안처럼 그렇게까지 처리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또 다른 대관 담당 임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대관조직은 재계에서 막강했는데 최근에는 거의 와해된 분위기"라며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는 목소리 역시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장과 야당이 조언을 하면서 균형을 맞춰 입법을 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여당 주도로 '한 방'에 끝나버린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치 리스크로 예측 가능성 후퇴… 국가 경쟁력 악화 우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ㆍ기업 간 소통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길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주도하는 한국판 뉴딜에서 민간의 역할이 큰 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기업의 고용 버팀목 기능이 절실한 상황에서는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적 예측 가능성 악화로 경영 여건이 후퇴하면 해외 기업들의 투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정부가 추진하던 유턴기업 유치 전략도 구호에 그치게 된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 입안자들은 특정 정책의 효용(benefit)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의 목소리를 통해 비용(cost)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대재해법만 봐도 여당은 이를 통해 단순히 재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기업 활력 악화, 제조공장의 해외 이전 등의 부작용도 정확히 측정하고 대안을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의견 수렴 없는 정책 입안이 나중에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축산물도 이력제가 정착된 마당에, 정책적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묻는 메커니즘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여당이 숫자(의석 수)로 폭주하고 있는데, 법은 다수결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근 여당의 행보는 마이동풍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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