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2.23 11:30

[기자수첩]순서 뒤바뀐 정부의 환율대응책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멕시코 업체를 대상으로 전기차용 공조부품 달러당 1050원의 입찰 조건을 걸었다가 처음으로 중국 업체에 밀렸습니다. 환율이 급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거죠. 중요한 건 무역보험상품 보험료를 깎아주는 게 아니라 입찰 탈락 등 변수에 대비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정부가 '중소기업 환변동 위험 관리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의 선물환 변동 보험상품 보험료를 45% 낮춰주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중소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프랑스, 미국, 중국 등의 업체와 거래하는 이 회사는 영업이익의 5~7%를 해외 입찰에 투자하는데,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입찰 탈락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입찰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큰데, 만기 이후에 적용되는 보험료 인하가 무슨 소용이냐는 얘기다.
정부는 22일 환변동 관리 지원 방안을 내놓으면서 기업 스스로 환헤지(현 환율로 수출입 거래액 고정)를 할 수 있도록 '환위험 관리 표준 가이드라인'을 보급하고, 무보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환헤징 컨설팅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대책이 당장 벌어지고 있는 원화 강세에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항변한다. 고환율로 수출 제품의 채산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은 환율이 널뛸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춘 셈이다. 지원 방안 브리핑에서도 정부 관계자는 현재의 원화 강세 대책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특정 시점의 환율 인하를 전제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게 아니다"며 오히려 기업 스스로 전문가를 키우고 환헤지 관련 의사결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장 불어닥친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는 답변을 한 셈이다.
원화 강세로 당장 피해를 입는 업종에서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절대적이다. 가뜩이나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부진으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이후 9개월간 원화 가치가 13.6%나 오른 현실에서 그저 '리스크 관리'만 당부해선 곤란하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