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갈 수 있는' 산하기관장 자리가 줄어들면서 기획재정부 고위공무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조달청장 자리를 전직 국회의원에 내준데 이어 올 1월 임기가 끝나는 한국조폐공사 사장직에도 청와대 출신 인사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직 기재부 고공단의 진출로가 더욱 좁아진 것이다.
22일 기재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폐공사 차기 사장직 공모 결과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폐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이달 초 열린 3차회의에서 면접심사를 통해 사장 후보로 4명의 지원자를 추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했는데, 이 가운데 반 전 수석이 포함된 것이다. 공운위는 인사검증 등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후 기재부 장관 임명제청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신임 사장을 최종 낙점한다.
반 전 수석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지원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지원 사실을 부정하진 않았다. 세종 관가 안팎에서는 반 전 수석의 지원 자체가 선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2008년 기획예산처 차관을 마지막으로 예산처를 떠나 서강대 교수 등을 거쳐 2017년 7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을 지냈다. 기획예산처 차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재부 인사라고 볼 수 있지만, 그동안 기재부 현직 고위공무원이 사장으로 갔던 전례와는 다른 셈이다. 기재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때에 따라 고공단이 잘 나기도 하고, 못 나가기도 하지만 요새는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며 "조달청에 이어 조폐공사 사장까지 현직이 아닌 인사에게 뺏기게 되면 사기 차원에서 부정적"이라고 평했다.
지난달 조달청장 인사도 기재부 고공단 입장에선 아쉬움이 크다. 기재부 1급 인사가 퇴임 후 가던 자리에 정치인이 이례적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직전 청장인 정무경 전 조달청장도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을 마치고 청장에 임명됐다. 2010년 이후 임명된 28대 노대래 청장부터 35대 정 청장까지 기재부 고공단 인사가 조달청장으로 임명되지 않은 사례는 민형종(조달청 출신), 정양호(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출신) 전 청장 둘 뿐이다.
김정우 조달청장도 엄밀히 따지면 기재부 출신이지만 2015년 계약제도과장을 끝으로 기재부를 떠나 고공단과는 거리가 멀다. 또 현재 기재부 1급 인사들이 김 청장보다 선배인 행시 36회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재부 근무 경험보다는 여당 국회의원 경력이 더 많이 작용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달청 등에 1급 이상 기재부 선배들이 가질 못하고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결국 연쇄적으로 국ㆍ과장 인사 적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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