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무주택 서민에게 서울 등 수도권 요지의 아파트 신규분양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내년 2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물량에도 거주의무기간이 부여되는 탓이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옥죄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신규분양 시장이 '현금부자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19일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의 당첨자는 준공 즉시 최소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거주의무기간은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격이 인근 시세의 80% 미만이면 5년, 80~100% 미만인 주택은 3년이다. 또 민간택지는 인근 시세의 80% 미만인 주택은 3년, 80~100% 미만인 주택은 2년이다. 최초 입주가능일로부터 3개월 내 거주의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거주의무기간 중 이사할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우선 매각해야 한다. 거주의무기간 중 해외체류, 근무ㆍ생업ㆍ취학 또는 질병치료 목적으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만 LH의 확인 후 해당 주택에 거주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거주의무가 부여된 아파트는 준공 시점에 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 살고 있는 전세의 보증금 정도는 대출 없이 들고 있어야 청약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역시 단지 분양가와 시세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대출을 고려한다면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집단대출이 금지돼 있는 데다 잔금시 주택담보대출 역시 시세에 따라 담보인정비율(LTV)이 9억원 이하 40%부터 15억원 초과 0%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잔금시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없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대출시 실거주 의무는 이미 지난 6ㆍ17대책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내 전입해야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대출을 받아 분양 대금을 내야 하는 서민들은 집을 사기 더 어려워 졌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단지인지, 청약자 스스로 대출 요건이 갖춰졌는지, 잔금시 예상 시세가 어떻게 되는지, 여기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은 얼마나 낼 수 있는지 등을 따져보고 실입주 가능한 상황인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의 주택 당첨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이같은 정책을 내놨으나 결국 '현금을 보유한 실수요자'로 청약시장의 문을 더 좁히게 됐다. 정작 일반분양 당첨자들에게 과도하게 주어지는 시세 차익에 대해선 최소 2년 거주의무기간으론 문제 해결이 힘들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분양가격 논란 등으로 일반분양이 또다시 내년으로 연기된 둔촌주공 등 분양대어 단지의 청약을 노리던 실수요자들은 각자의 자금 여력을 명확히 파악하는 등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분양시장은 기회요인이 양분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 초부터 완화되는 신혼부부ㆍ생애최초 특별공급 소득요건, 하반기 3기신도시 사전청약 조건 등을 충족하는 청약 대기자들의 기회는 더 열리겠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수도권 주요지역은 자금, 환경 등 전반에서 의무 거주를 충족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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