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2.21 08:42

'인플레 vs 디플레' 해외선 논쟁인데…韓 '무풍지대'인 까닭은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푼 돈이 화폐가치를 추락시키는 '인플레이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인가, 혹은 돈은 아무리 풀어도 물가는 오르지 않아 경기가 침체되는 '디플레이션'으로 다시 향할 것인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해외에선 물가 향방에 대한 논쟁이 뜨겁지만, 한국은 이 논쟁의 무풍지대에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저성장·저물가 흐름이 굳어지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장기 불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만큼, 오히려 '디플레만 피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美, 내년 인플레로 하반기 테이퍼링 계획 발표 가능성21일 국제금융센터는 '2021년 미국 통화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백신접종으로 경기 상방압력이 가시화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이나 금리가 오르며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하반기 이후 미국에서 출구전략 이슈가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당장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진 않더라도 물가 상승이 부담이 돼 테이퍼링(양적완화(QE)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이 이르면 내년 6월부터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도 인플레 시대 가능성을 점쳤다. 특히 내년에 물가가 반등하면 초기엔 경기회복 신호로 해석돼 환영받겠지만,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침체는 이어지며 중앙은행이 고민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미 블랙록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채권비중은 줄이고, 주식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인플레가 발생하면 채권가격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채권금리 상승). 이처럼 해외에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봉쇄 단계를 높이는 가운데에도 인플레 논의가 한창이다.
국내선 "인플레 오히려 유도해야" 분위기…저성장·저물가 기조 때문하지만 한국의 분위기는 다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한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 설명회에서 "유동성이 많이 늘어났지만 급격한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도 "자산가격 거품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물가가 평균적으로 모두 오르는 현상과는 아직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인플레를 주장하는 교수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아직까진 인플레이션을 무릅쓰고 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이어가는데 중점을 맞추는 것 같다"고 동조했다.
한국이 물가논쟁 무풍지대에 있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전부터 저성장, 저물가 기조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폭발적인 보복소비가 일어나고, 인플레가 뒤따르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지난해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 중반을 기록하며 한은 목표치(2.0%)에 한참 못 미칠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가격비교가 가능해져 물가가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 저출산·고령화로 인플레 압력이 낮아졌다는 점도 원인이다.



일어날 가능성 적은 '꼬리 리스크'지만…부채규모 커 주의 필요이처럼 한국에서 인플레 위기는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꼬리(테일) 리스크'이지만, 해외의 지적을 아예 무시해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는 화폐 가치를 추락시켜 예금 보유자들의 재산가치와 소비여력을 잠식하고, 명목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패 버블을 터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부채규모가 큰 한국으로선 인플레 위기 시에 타격이 클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인플레 위기는 꼬리리스크로 꼽히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며 "코로나19도 예상못했지만 치명적인 사건이었던 만큼, 인플레이션 부활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꼬리 리스크는 통계상 정규분포 양쪽 끝(꼬리) 부분을 뜻하는 것으로,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한번 일어나면 평균값과 차이가 커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리스크를 말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각에서 이미 저물가 기조로 빠져 벗어나기 어렵단 지적이 있지만, 꼭 그렇진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선 금융위기 이후에도 우려하던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았고, 완전한 저물가 기조로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코로나19 위기는 금융위기와 달리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어 종식 후 인플레 압력이 생기며 3~5%가량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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