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문제원 기자] 정부가 전국 37개 지역을 무더기로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금리로 인한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과 주택 매수심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땜질식 핀셋규제'는 또다른 풍선효과를 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도시는 대부분 규제지역으로 묶여 부동산 매수세가 다시 서울 강남권으로 유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무더기 지정, 핀셋규제 실패 자인 18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전날 규제지역으로 묶은 시ㆍ군ㆍ구는 37곳에 달한다. 부산 9개구, 대구 7개구, 광주 5개구, 울산 2개구 등 광역시 지역 23개구를 포함해 경기 파주, 충남 천안, 전북 전주, 경남 창원, 경북 포항 등 전국에 걸쳐 36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다. 창원 의창구는 투기과열지구로도 지정됐다.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구와 김포 등 7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것과 비교하면 한달 만에 규제의 강도와 범위가 대폭 늘어난 셈이다.
정부가 이 같은 강수를 둔 것은 서울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이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확산되는 상황에 그만큼 당황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동안 수차례 어설픈 규제지역 지정으로 인근 지역의 풍선효과를 야기한 만큼 이번엔 경북 포항 남구와 경산시, 전남 순천 등 자금이 흘러갈 길을 아예 막아버리겠다는 의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광역시와 인구 50만 이상 도시는 정량요건 충족시 가급적 지정했다"며 "중소도시도 상승률이 높고 인근 지역 연계성이 크면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지역 지정을 두고 사실상 핀셋규제가 실패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자인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선 포항 북구, 일산ㆍ탄현, 원주 등 규제지역 인접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넘치는 규제지역에 강남권으로 U턴하는 자금 오히려 너무 늘어난 규제지역 탓에 시중의 자금이 돌고 돌아 다시 강남권 등 서울을 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차피 규제의 강도가 비슷하다면 수요가 투자가치가 높은 시장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지난 10월말 0.01%에서 이번주 0.04%까지 커졌다. 특히 강남권의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집값 상승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은 지난 6월 동단위 핀셋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삼성ㆍ청담ㆍ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까지 매수세가 몰리며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치솟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해당 지역 내에서 주거지역은 18㎡, 상업지역은 20㎡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100% 실거주 목적의 거래만 가능토록 해 갭투자 등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각종 부작용과 더불어 도입 6개월 만에 시세 억제 기능을 상실한 모습이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이날 기준 11월 아파트 거래량은 대치, 청담, 잠실동이 각각 15, 10, 30건으로 전월 대비 150%, 66.6%, 114%씩 늘었다. 삼성동도 통매입으로 논란을 빚었던 '삼성월드타워' 계약분 28건을 제외해도 10건으로 전월에 비해 3건 늘었다.
신고가 단지도 잇따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46㎡(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2일 39억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지난 7일 168㎡가 42억원, 지난달 12일엔 157㎡가 44억9000만원에 매매되며 면적대별 역대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송파구 잠실동도 비슷한 분위기다. 리센츠는 지난달 20억3000만원에 매매됐던 85㎡(5층)가 이달엔 같은 층에서 21억7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엘스 120㎡(6층)도 이달 27억원으로 해당층 기준 신고가를 경신했다.
잠실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가을 성수기 때도 거래가 뜸하더니 최근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여파로 매물이 워낙 희귀해진 것도 있고 최근 강남권에서 다시 가격이 오르다보니 눈치를 보던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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