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남창동의 남대문 시장 인근 환전소에 철문이 굳게 닫혀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오늘 손님은 1명 뿐이었습니다. 10만6000원 바꿔 간 게 전부니까 종일 100원 벌었네요."
17일 오후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환전상 강진산(68ㆍ가명)씨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텅 비다시피한 금전출납기만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대 환전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면서 "생계 때문에 매일 나오고는 있지만 얼마 못 버틸 것 같아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환전소 20곳 중 10곳 폐업, 8곳 폐업 수순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대표적인 외국인 관광명소인 명동과 남대문 일대 환전소들이 쑥대밭이 됐다.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뚝 끊기며 이 곳 환전소들은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일부는 문을 닫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영업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사정은 다르다. 코로나19로 중국인은 물론 다른 외국인 관광객까지 끊기며 대부분의 환전소들이 줄줄이 폐업했다. 내국인들 역시 경기 불황과 온라인ㆍ비대면 환전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발길이 끊겼다.
강 씨는 "환전소를 시작한 1990년대부터 숱한 악재를 극복했지만 올해는 속수무책으로 버틸 재간이 없다"면서 "어렵사리 모아둔 예비자금을 월세 등 가게 유지에 전부 소진하고 최근 2000만원의 빚까지 떠안았다"고 털어놨다.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사설환전소 거리. 주한 중국대사관이 정면에 있어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곳이었지만 코로나19로 방문객이 줄어 한산해졌다.
이날 명동ㆍ남대문 인근에 위치한 환전소 20곳을 돌아본 결과 10곳은 이미 문을 닫았고 8곳은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거나 가게를 내놓은 상태였다. 일대 환전소가 대략 30여곳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은 폐업했거나 문을 닫을 계획이 셈이다.
특히 사설환전소가 가장 밀집해 있는 명동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명동에서도 주변외곽에 위치한 작은 환전소들은 상당수 문이 잠겨 있었다. 명동 중앙거리에서 작은 환전소를 영업 중인 천지운(55ㆍ가명)씨는 "명동에서 식당을 하다 장사가 너무 안돼서 2년 전에 환전소를 차렸는데 명동 거리에 사람들 씨가 말랐다"면서 "몇 달간 다녀간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라며 한숨지었다. 지난 5월부터 명동대로 2층에서 환전소를 시작한 박명서(67ㆍ가명)씨도 "그 땐 코로나19가 금방 끝날 줄 알았다"며 "임대료를 낮아져서 관광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시작했는데 돈만 날렸다"고 하소연했다.
수수료 0.1~0.15% 박리다매 구조라 타격 극심

불 꺼진 남대문 인근의 한 환전소.
실제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환전상들의 매출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실정이다. 통상 환전상들은 환전액의 0.1~0.15%를 수수료로 챙긴다. 전형적인 박리다매 구조로 방문자가 줄면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날 기자가 만난 상인들은 손님이 얼마나 줄었느냐는 질문에 "몇 %, 몇 명이 줄어든 게 아니라 아예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최문수(44ㆍ가명)씨는 인터뷰 도중 환전을 요청하는 고객이 방문하자 기자를 향해 "얼른 비켜달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대략 일주일 만에 처음 맞이한 손님이었다.
환전업계는 2015년 내국인도 사설 환전소 이용이 가능해지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수수료가 싼 '성지'가 등장하면서 호황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부터 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까지 현금자동입출금기(ATM)ㆍ드라이브스루ㆍ택배 방식의 환전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이들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결제 업무, 특히 환전은 대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편하게 환전 업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늘었다"며 "흩어져 있는 환전소를 찾아가는 메리트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그러면서 "코로나19의 타격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변화를 같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폐업을 고민하는 상인들은 앞으로 무얼 하며 생계를 유지할 지도 걱정이다. 실물경기 전반이 가라앉아 새로운 창업이나 취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환전상인 안정석(54ㆍ가명)씨는 "이 동네 환전소 월세가 200만~900만원까지 하는데 권리금도 안 받고 가게 내놓은 사람들도 부지기수"라며 "대부분 식당 아르바이트, 배달, 막노동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들었다"고 털어놨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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