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ㆍ옵티머스 등 각종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치른 시중은행들이 중단됐던 사모펀드 판매 재개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 주 수입원이던 가계대출도 정부 규제로 막히면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에 걸린 탓이다. 하지만 펀드 불완전판매로 인한 신뢰도 추락으로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이 올 들어서만 5조원 가까이 쪼그라들면서 마른 수건 짜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현재 판매시기를 조율 중이다. 주 판매 상품은 안정성이 높은 채권형 위주가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판매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공모펀드보다 수익률이 높고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고객들의 니즈가 있고 수익성 우려로 인해 안 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달 19일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했다. 하나은행은 계속되는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신규 출시보다는 내부 재정비와 판매 기준을 정립하는데 주력했다. '자산의 실재성 확인'하는 상품만 다루고 불완전 판매 방지 장치도 마련했다는 게 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또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보강된 상품교육'을 이수한 직원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상품제안서에 기술된 내용처럼 실제 운용이 잘 되고 있는지 3개월에 한번씩 점검하고 고객에게 운용보고서를 설명ㆍ전달하기로 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3월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DLF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9월4일까지 6개월 간 신규 사모펀드 영업 금지 제재를 받았다. 이후 두 은행 모두 조직 정비는 물론, 완전 판매를 위한 상품 선별에 공을 들였다. 하나은행이 판매 재개 후 선보인 상품은 인천시 청라에 소재하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의 '청라 하나글로벌인재개발원 선순위 대출채권' 투자 상품이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사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직접 실재성을 확인하고 상품으로 만들었으며 이를 하나은행의 IPS부(Investment Product Service)에서 한번 더 검증해 안정성을 검토한 후 상품 출시를 결정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2월 기존 자산관리(WM)그룹 명칭을 자산관리그룹으로 변경하고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맞춰 고객케어센터팀을 신설했다.
연이은 부실사고에 투자자의 불신이 커지면서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액은 급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국내 16개 시중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가장 판매액이 높았던 지난해 7월과 비교해 8조4453억원이 쪼그라든 20조5598억원으로 집계됐다. 8%가 넘었던 기관별 판매 비중도 4%대로 반토막 났다.
이처럼 사모펀드 상품이 외면받고 문제가 생기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이사회까지 책임을 묻게 되는 등 금융당국의 규제가 보다 깐깐해진 상황에서도 은행들이 사모펀드 판매 재개에 나선 까닭은 그만큼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이자 부문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3분기 1.4%로 지난해보다 0.15%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올해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대출의 총량을 관리하도록 은행들에 강하게 요구하면서 대출 창구 차단이라는 강도 높은 조치까지 실시하게 되면서 내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각종 규제들로 인해 향후 수익성 악화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면서 "제재 강도가 CEO 책임으로까지 강화됐음에도 사모펀드를 판매해야 하는 것은 그만큼 비이자 부문에서 수익원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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