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2.16 11:31

[르포]병원·빈대떡집·여행사·노래방에서…실업자 쏟아져 나온다

1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설명회장. 마스크와 페이스실드, 장갑 등을 낀 강사에게 참석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띄엄띄엄 앉아 실업급여 수급조건과 구비 서류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이준형 수습기자)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이준형 수습기자, 김수환 수습기자] "2년 반 가까이 일했던 빈대떡집에서 지난달에 잘렸고, 빌딩 청소일을 하는 남편도 이번 달까지만 나오라고 통보받았습니다. 취업준비중인 20대 딸도 아직 무직상태라… 새해 벽두부터 식구 모두 백수신세가 되게 생겼네요." (61세 이모씨)
"4년 간 일한 편의점에서 지난달 말에 나왔습니다. 매출이 줄면서 동업하는 두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직원이 관두게 됐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일을 쉬어본 적이 없는데, 어디에 이력서를 넣어야 하나 막막합니다." (25세 정모씨)
영하의 강추위가 이어진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설명회장. 마스크와 얼굴가리개(페이스실드), 라텍스 장갑으로 중무장한 강사를 향해 서른명 안팎의 청중이 띄엄띄엄 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어 실업급여와 구직 지원을 받기 위해 현장을 찾은 사람들이다. 연령도, 기존에 종사하던 업종도 제각각인 이들의 낯빛은 하나같이 어둡다. '무엇으로 어떻게' 팬데믹 상황을 버텨낼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40대 간호조무사 김모씨는 임금체불과 강제휴직으로 온갖 고초를 겪다 결국은 지난달 권고사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김씨는 "경영이 어려워 회생절차를 밟던 병원(종합병원)이 이달 파산했다"면서 "월급이 나오지 않아도 일을 하러 갔었는데, 강제휴직과 복직을 거듭하다가 지난달 결국 퇴직하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조무 쪽은 고용유동성이 높은 편이라 일이 잘 구해졌었는데, 일단 꾸준히 구직을 해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래방 카운터에서 4년을 근무하던 50대 김모씨는 직장이 문을 닫은 올해 8월부터 5개월째 아무 일도 구하지 못했다. 그는 "비슷한 업종은 다 문을 닫아 직업소개소와 인터넷을 통해서 일을 알아보는 중"이라면서 "나이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고, 입지가 좁다"고 토로했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60대 권모씨는 "하던 공사가 6월에 끝나고 7월부터 실업급여를 받았다"면서 "13만원을 내고 3일짜리 사설 경비교육을 신청했는데, 코로나 탓에 교육 일정도 자꾸 미뤄진다"고 걱정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고용지표는 끝없이 고꾸라지는 추세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2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3000명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나타난 3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세로, IMF 위기 당시(1998년1월~1999년4월) 이후 최장기간이다. 이번 지표는 특히 전국적 3차 재확산 상황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다음달 발표 예정인 연말 지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37만2000명 증가)외 전 연령대의 취업자 수가 줄었다. 게다가 고용시장 악화의 '뇌관'으로 꼽히는 일시휴직자는 18만9000명 증가한 47만4000명으로 1982년 통계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발(發) 취업 한파는 20대 청년도 비켜 가지 않았다. 건설현장 관리자로 일했던 27세 윤모씨는 "지난달 12일까지 일을 하고 권고사직을 당했다"면서 "작은 회사라서 그런지 곧바로 구조조정을 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약국에서 일하던 약사 박모씨(30)는 최근 결혼을 하면서 서울로 이사를 왔지만, 시급약사를 구하는 약국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는 "겨울인데도 호흡기 환자가 줄고 병원 내방객 자체가 줄면서 약국들도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여행·행사기획 등 코로나19 사태 확산과 동시에 연중 내내 재개가 불가능했던 업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40대 송모씨는 "10년 이상 여행업에 종사했지만, 최근엔 공공근로로 생활했다"면서 "이 마저도 지난달 30일에 끝났고, 지금은 여행사에 소속된 무급휴직 상태로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여행 재개가 당장은 힘들어 보여 다른 일을 찾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강남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50대 박모씨는 "행사를 기획하는 업체를 운영하다가 집합금지 조치로 올해에는 매출이 전무했다"면서 "회사는 잠시 접고, 부업이라도 알아보려는 심정으로 센터를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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