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연말 배당 시즌이 다가오면서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바닥을 치고 있는 주가 부양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배당을 해야 하지만 배당 자제를 압박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배당 축소 요구에 뿔이 난 투자자의 성토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까지 올라오면서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금감원, 결산배당 축소 권고…코로나19 배당 제한 제도화 방안 검토14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지주사들과 결산배당 축소 방안에 관한 협의를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3월 배당 시즌 이전 관련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사들의 배당 축소를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금융지주사 배당성향을 15~20%선까지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금감원은 내년 초까지 협의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금감원은 현재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 시에는 금융회사가 손실흡수능력을 갖추도록 배당 제한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의 배당 자제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연초 이후 줄곧 금융권의 배당 자제를 권고했는데 지난 7월 하나금융지주가 예정대로 중간배당을 실시하자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관치 금융' 논란 거세…국민청원에도 '배당 축소 반대' =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서는 '관치 금융' 논란마저 불거졌고 급기야 지난 8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금융주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현재 2700여명의 동의를 받은 해당 청원에는 "금감원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한시적인 배당축소를 주장하고 있지만, 올해 금융권 모두 양호한 경영실적을 기록했다"면서 "정부가 사기업에 배당축소 의무를 강요하는 것은 자유경제시장 체제에 위배되며,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담겼다.
배당 축소 요구, 주가 하락 부채질…올해 4대 금융지주 주가 모두 마이너스금융지주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닥을 치고 있는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배당 확대가 필요하지만 금감원의 잇따른 배당 축소 요구에 기관투자가들이 금융지주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주가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금감원의 배당 규제가 알려지면서 국내 기관들이 지난주 은행주 92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과 개인들이 은행주를 각각 500억원과 270억원 순매수하면서 주가 하락을 저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11일 기준 신한지주(-20.85%), 우리금융지주(-9.25%), 하나금융지주(-2.3%), KB금융(-1.88%)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올 들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 3분기 누적 순이익 15% 증가…충당금은 3조 넘어 =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방침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배당을 마냥 자제하기도 곤란하다"면서 "무엇보다 코로나19 대비 충당금을 상당 부분 쌓았음에도 실적이 견조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9조원에 이른다. 신한과 KB는 3분기에만 당기순이익 1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 기간 쌓은 충당금은 총 3조894억원으로 작년보다 1조2052억원 많은 규모다. 4대 금융지주 모두 배당을 늘리는 데 큰 문제는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배당 축소·지점 유지·대출 규제 등 금융권 옥죄기 전방위 확산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은행들의 호실적과 양호한 자본비율 등을 감안 시 배당 제한에 대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은 만큼 배당성향이 대폭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배당 뿐만 아니라 대출 문턱을 높이고 지점 통폐합도 자제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등 금융권 옥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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