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2.12 08:22

文대통령 '살기 좋은 임대주택'…'내 집' 원하는 중산층 선택할까

문재인 대통령과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현 LH 사장)가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열린 '살고 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임대주택의 질적 혁신을 강조하며 "누구나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정책에도 치솟고 있는 매매·전세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앞으로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중심으로 한 공급 대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대주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중산층의 수요를 돌리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굳이 신축이 아니더라도 중산층은 '내 집'을 원하는데 정부가 이해를 못한다"거나 "44㎡(13평) 투룸형 임대주택이면 아이 둘과 살기 좋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공급을 기념해 건설된 경기도 화성 동탄 행복주택 단지를 찾았다. 단지는 16~44㎡, 14개동 1640가구 규모로 청년과 대학생,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된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총 주택 수 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8%에 도달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2025년까지 재고율 10%를 달성해 주거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OECD 상위권의 주거안전망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오른쪽, 현 LH 사장)와 함께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신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 사장을 대동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변 후보자까지 동행한 것은 앞으로 '변창흠표' 공급 대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도 "신임 장관 후보자가 구상하고 있는 공급 방안을 기재부도 함께 충분히 협의하는 등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등은 전용면적 41㎡(12평) 복층형과 44㎡ 투룸형 등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복층형에 대해선 "젊은 신혼부부 중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겠다"고 말했고, 투룸형을 볼 때는 "신혼부부에 아이 한 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두 명도 (사는 게) 가능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아이 둘' 발언이 알려지자 "당시 변 사장의 설명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질문하신 것"이라며 "(대통령이) 4인 가족도 살겠다 등 발언을 하셨다고 제목을 뽑은 기사는 사실이 아니며 대통령의 발언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경기도 화성 동탄의 행복주택 41㎡ 복층형 (사진=LH)




문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하게 투룸형은 방 2개와 화장실 1개가 있어 자녀 1명이 있는 3인 가구가 살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채광과 통풍이 우수한 2베이 구조로, 발코니도 제공한다. 복층형 역시 아래층엔 거실과 주방, 화장실, 발코니가 있고, 위층엔 침실과 화장실, 발코니가 있어 공간활용도가 좋다.
단지 내 건물들도 대부분 필로티 구조로 개방감을 높였다. 무엇보다 작은 도서관, 국공립어린이집, 실내 놀이터, 헬스케어센터 등의 시설도 갖춰 과거의 불편하고 낙후된 임대주택의 이미지를 벗었다. 문 대통령은 "내년부터 공공임대주택 입주 요건을 중산층까지 확대하고, 2025년까지 중형 임대주택 6만3000호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 동탄의 행복주택 44㎡ 투룸형 (사진=LH)




정부는 중산층도 살고 싶을 정도의 품질을 갖춘 임대주택이 대거 공급될 경우 지금과 같은 분양·투기열풍이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거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도 꾀하겠다는 목적이다.
다만 상당수 국민들이 더욱 넓고 편리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을 원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만으로는 시장 안정을 이뤄내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이날 찾은 복층형과 투룸형 역시 1640가구 규모의 이 단지에선 물량이 적은 편에 속하고, 임대료도 비교적 높아 대표적인 평형대로 보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해당 단지에서 가장 일반적인 면적은 원룸형인 16㎡(450가구)와 26㎡(490가구)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의 한 네티즌은 "문 대통령이 찾은 집은 빈 집 상태이니 (투룸형도) 아늑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둘이면 짐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엄청 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과거에는 10평대 집에서도 4인 가족이 살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런 집이라면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상당수 중산층은 시세차익을 전혀 누릴 수 없는 임대주택보다는 무리를 해서라도 자가 아파트를 매입하는데 집중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정부가 2인 이상이 살기에는 애매한 주택들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며 "3~4년 뒤를 보면서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대책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 동탄의 행복주택 44㎡ 투룸형 (사진=LH)



경기도 화성 동탄의 행복주택 41㎡ 복층형 (사진=LH)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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