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내식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요 식재료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는데, 닭고기와 달걀 등 제품 가격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1일 기준 쌀 20㎏(한 포대)의 소매가격은 6만464원으로 보름째 6만원대를 기록했다. 쌀 한 포대 가격이 6만원을 넘어선 것은 역대 처음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5% 이상 비싼 가격이다. 이는 올해는 작황이 좋지 않아 수확량은 떨어지는 반면,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정 내 집밥 수요가 높아지며 쌀 수요도 늘어난 탓이다.
올해는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에 이은 태풍 피해 등으로 전반적인 식재료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11일 기준 고구마 1㎏은 5755원으로 1년전 보다 1600원 이상 비싸다. 같은 기간 양파 1㎏은 2438원으로 전년 대비 40% 정도 가격이 올랐으며, 깐마늘 1㎏은 1만36원으로 지난해(6933원)보다 70% 가까이 비싸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가격이 치솟았다가 안정세를 찾은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격도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11일 돼지고기 삼겹살 100g은 2170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400원 올랐다. 한우 등심 100g은 1만2333원으로 올해 상반기 내내 지난해 상반기보다 1000~1500원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있는 AI다. 2016~2017년에는 산란계 36%가 처분돼 일부 지역에서 달걀 한 판(30개) 가격이 1만 원을 넘어서는 '달걀 파동'이 시작돼 미국에서 달걀을 공수하기도 했는데, 올해 AI 확산 속도가 그때와 유사하다. 일부 마트에서는 계약 농가가 AI 발생 지역 인근에 위치하며 일부 달걀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AI로 인한 닭고기와 달걀 가격의 변동은 없으나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10일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만난 40대 주부 주미령(가명)씨는 "평소 장을 보러오면 30개들이 달걀 한판을 사는데 오늘은 15개들이 상품을 하나 더 구매했다"라며 "혹시 달걀 가격이 예전처럼 하루아침에 두배씩 뛰어오르는 것을 대비해 미리 사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공 상품을 확대하고, AI 영향이 없는 경상도 지역의 농장 확보에 나서는 등 여러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 역시 평소보다 닭고기 등이 들어간 가공식품의 경우 납품 물량을 늘려 일부를 보관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다만 AI 확산이 장기화하면 가공되지 않는 냉장 닭고기 등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냉장 닭고기는 신선도 문제로 미리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냉동 닭고기나 가공식품의 경우 비축물량이 넉넉해 AI 장기화 시에는 해당 물량은 푸는 방식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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