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꽃이 지고서야 봄인 걸 알았습니다'
지난 4일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된 후 시장에서 쏟아진 반응을 대변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 3년6개월 동안 집값 상승만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현미 장관이 물러나는데도 오히려 시장에서는 정반대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변 후보자는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를 역임한 주거·복지 분야 전문가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LH 사장이라는 굵직한 주택 공기업들의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청와대도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며 "현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정책 전문성"을 갖췄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 대부분의 반응은 냉담하다. 변 내정자가 최근 국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을 비교했을 때 "이 정부가 가장 낫다. '상·중·하' 평점 중 '중상' 이상은 된다"고 발언하는 등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변 후보자의 시장 인식 역시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저금리, 가구 분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탓만 해온 김 장관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과거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는 정보 교류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을 이끈다며 수도권의 공급 부족은 실체가 없는 '심리적 우려'라고 주장했었다. 벌써 '구관이 명관이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5년 전 저서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그는 "고령자일수록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다"며 이들이 안정적 노후를 위해 자신들의 주택 자산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이 오른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시장에서 별도의 개입이 없는 한 공급이 충분하다면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반면 정부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으로 공급을 줄여만 왔다. 그럼에도 원인은 저금리 등 다른 곳에서 찾기 바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민심은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변 후보자가 "양질의 주택공급을 더욱 가속화하는 등 현장감 있는 주거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빵'이 아니라 '집'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해답의 시작은 올바른 상황 인식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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