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오피스텔시장에 '깡통전세' 주의보가 켜졌다. 아파트나 다세대ㆍ연립(일명 빌라)과 달리 오피스텔의 경우 매매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전셋값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서다. 자칫 세 들어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위험성이 큰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7일 한국감정원의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83.28%로 2018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다. 전세가율이 83.28%라는 의미는 매매가 1억원짜리 오피스텔의 전세가가 8328만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아파트 등 다른 주택 유형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같은 달 서울지역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7.9%에 그쳤으며 단독주택은 46.5%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빌라의 전세가율 역시 71.8%로 오피스텔보다 11%포인트 이상 낮다.
오피스텔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구조적 측면이 크다. 오피스텔의 경우 투자 수요가 대부분이어서 임대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다 보니 전세 매물이 많지 않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전세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구조다. 다른 주택에 비해 매매가 상승세가 더딘 것도 높은 전세가율의 배경이다.
특히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올 들어 오피스텔 전세가율 상승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1월 79.50%였던 전세가율은 지난달까지 3.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와 빌라는 각각 0.74%포인트, 0.13%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단독주택은 오히려 1.16%포인트 내렸다.
최근 전ㆍ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담은 임대차 2법 시행 여파로 전세가율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오피스텔 전셋값이 높게 치솟는 반면 매매가격은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전셋값 상승률은 0.18%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매매가는 0.05% 내리면서 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신규 공급 과다에 따른 수급 불균형 등의 영향으로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대구와 울산 등에서 하락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오피스텔의 경우 임대인이 업무용으로 분양받아 주거용으로 세를 놓는 경우가 많은 탓에 전세가율 급등에 따른 세입자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임대인이 업무용으로 오피스텔을 분양받으면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종의 꼼수다. 이처럼 집주인의 은행 대출과 전세금을 합친 금액이 집값을 뛰어넘는 깡통전세가 발생할 경우 세입자 보호를 받지 못한다. 업무용 오피스텔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주택임대차보호법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 역세권 등 직주근접이 뛰어난 오피스텔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경우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의 경우 상승장에서는 매매가격이 시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하락장에서는 민감해지는 경우가 있다"며 "임대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매매가격이 하락하면 집이 경매 등으로 넘어가 세입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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