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1.16 15:45

대한항공-아시아나 단기부채만 10兆…'부실+부실' 우려(종합)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안이 논의된 16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대규모 현금 출자에 나선다. 기안기금 지원 등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한항공을 대신해 산은이 투자자로서 인수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의 위기 상황이 길어지면서 초대형 인수ㆍ합병(M&A) 딜을 주선해 항공업을 재편하기 위한 복안이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직원들의 반발과 독과점 문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반대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여기에 정부 돈으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식은 부실에 부실만 더하는 '역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산은, 한진칼과 8000억 투자 계약…대한항공, 아시아나 최대주주로 올라서산업은행은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진을 위해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은이 한진칼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를 인수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2조5000억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000억원) 및 영구채(3000억원)로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된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양대 항공사 통합 추진의 배경에는 글로벌 항공산업 경쟁 심화 및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구조재편 등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 없이는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국내 국적항공사의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이미 두 항공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 등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원을 이미 소진했고,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400억원을 추가로 수혈받았다. 대한항공도 지난 4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현재 채권은행과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절차도 진행 중이다.
이는 과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당시 실행된 방법이다. 두 조선사 합병 때도 별도 지주회사를 만들어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을 넘기고 산은이 지주사 지분을 받는 맞교환 방식으로 대우조선의 경영권을 현대중공업에 넘겼다.
노선 운영 합리화, 운영비용 절감, 이자비용 축소 등 통합 시너지 창출 기대또 채권단은 현재 양 사가 운영 중인 '알짜' 미주와 유럽노선을 중심으로 정리 및 통폐합 방안을 논의ㆍ검토 중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주 14개, 유럽 15개 등 29개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미주 5개, 유럽 6개 등 11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미주ㆍ유럽 노선은 1~2곳을 제외하고 대한항공과 모두 겹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5년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후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러시아와 인도, 중국 등 노선을 일부 정리했지만 여전히 비수익 장거리 노선에서 막대한 운영비가 지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지역 노선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채권단이 정리 및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는 데다 국내 항공 산업 규모를 감안할 때 2개의 국적 항공사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빅딜의 성사를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국제노선을 보유한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해서는 일단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쳤을 경우 지난해 국제선과 국내선 여객점유율은 각각 70%와 60%를 훌쩍 넘는다. 다만 두 회사 합병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공정위 결합심사가 불발될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정위가 제주항공-이스타항공 합병 등을 승인한 것처럼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할 경우 대한항공과의 결합을 허용할 수 있다. 특히 중복 노선을 정리 또는 통폐합할 경우 독과점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란 게 채권단 측의 판단이다.
3자 연합 반대…인력 감축 불가피해 노조 반발 우려한진칼 지분 약 46%를 보유한 대주주인 3자연합의 강력한 반대도 쟁점이다. 3자연합은 산은의 한진칼에 대한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 산은이 한진칼의 주요 대주주가 될 경우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 측(지분 약 41%)의 우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조의 반발도 변수다. 합병이 되면 노선 조정이나 기재 축소, 사업 정리 등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양 사 모두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양 사의 중복 인력은 관리직 등 간접부문에서 800~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등 양 사 6개 노조는 조만간 인수와 관련한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인수 과정에서의 참여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자연감소 인력과 통합작업 및 신규사업 등을 위한 인력을 감안하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건은 한진가의 확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부분에 대해서는 PMI에 다 수용을 해서 진행과정에서의 직원들의 직원승계나 고용불안이 없도록 최우선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혈세' 지원 두 기업 합병에 '승자의 저주' 우려도무엇보다 혈세로 연명하는 두 기업을 합치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는 비판이 거세다. 초대형 항공사가 출범하게 된다면 양사의 부실 위험만 배가 시키는 상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딜이 완성되기도 전에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291%에 달한다. 자본잠식률이 56% 수준이다.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만 4조7979억원으로 대한항공 단기 부채와 합치면 무려 10조원에 이른다. 만기 연장을 지속하면 되지만, 대규모 차입금에 딸려 있는 이자비용이 양사를 더욱 옥죌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양사 모두 여객 수요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유동성 부족에 빠져 있는 대한항공은 조만간 기안기금 추가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경우 두 항공사에 투입되는 혈세만 7조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산은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요 주주에 오를 경우 사실상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를 지배하는 구도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또다시 유동성 위기 상황이 벌어지면 추가 자금 지원까지 해야 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번 거래를 통해 탄생하게 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내 톱 10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됨으로써 코로나 위기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 및 코로나 종식 이후 세계 일류 항공사로 도약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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