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5.27 15:13최종 업데이트 21.05.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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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이 풍부한 김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까?

[칼럼] 김용성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교수·것앤푸드헬스케어 CMO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나를 포함한 한국인에게 김치는 그야말로 소울푸드이다. 가끔 내일부터 무인도에 조난을 당하는 상황인데 이때 가져갈 수 있는 걸 딱 하나만 고를 수 있다고 하면 어떤걸 선택할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식재료로 고추장과 된장 중에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한참 고민하겠지만, 배추김치와 파김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그다지 고민이 길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나는 파김치도 무척 좋아해 이것도 포기할 수는 없어서 고민이 길어지겠지만 말이다.

이런 나에게 몇년간 들었던 소리중 가장 어이없는 것을 꼽으라면 김치가 중국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이다. 딱히 대꾸할 필요도 없는 말인데, 보아하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이 국제사회에서도 통하는 것 같아 이제 가만히 있을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영 그렇게 엉뚱한 주장을 한다면 그냥 그 나라의 모든 가전 회사가 김치냉장고를 만들고, 그걸 전국민의 집에 한대씩 가지고 있는 나라를 종주국으로 하면 될 것 같다.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말이지. 김치는 당연히 우리민족 고유의 발효식품으로, 지금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음식을 발효시켜 섭취하는 것은 원시시대 때부터 시작됐는데, 1만4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인류가 수렵채집사회에서 정착 농경사회로 바뀌는데 발효식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발효식품은 지금까지도 서양의 요거트, 치즈, 케피어부터 동양의 김치, 나또, 콤부차같은 다양한 형태로 발달돼 섭취되고 있다. 발효식품은 음식을 오래 보존하는 목적 외에도 발효과정을 통해 원재료의 영양학적 가치를 더 높이고, 생리활성물질이 생합성되거나 전환돼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바뀐다.

발효는 단지 젖산균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한가지 효소반응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요거트, 김치, 와인에서는 혐기성 젖산 및 에탄올 발효가 사용되는 반면 누룩, 간장, 미소에서는 진균에 의한 호기성 대사가, 그리고 식초 콤부차에서는 아세트산 균에 의한 발효가 이용된다. 올해 ISAPP은 발효식품이란 "원하는 미생물의 성장과 효소 전환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음식(foods made through desired microbial growth and enzymatic conversions of food components)”이라고 전문가 합의를 통해 정의를 발표했다.

이 정의에서는 단지 화학적 효소 전환 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명시했는데, 발효식품에서는 '원하는(desired)' 미생물 성장이라고 제한함으로써 똑같이 미생물의 성장과 효소전환이 필요한 부패 과정과 명확히 구분했다.

최근 코로나19가 대유행되면서 김치의 면역력 강화와 바이러스 억제에 대한 효능이 다시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어 최근 프랑스 일간지 파리지앵의 기사에서는 유명 영양학자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발효식품 김치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을 비롯한 여러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김치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은 사스나 메르스 같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 유행때마다 꼭 등장했다.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에도 김치에서 분리한 Lactobacillus sakei 특정 균주(strain)가 돼지실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했다면서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또 요즘 프로바이오틱스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김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보고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김치는 유산균이 풍부한 발효식품이므로 한국인들은 이미 프로바이오틱스를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사실 이런 질문은 명확한 답도 없고 발효식품과 건강식품은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데, 과연 어떻게 답을 하면 좋을까?

김치는 발효식품이고 발효 과정에 미생물의 성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많은 유산균이 포함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치는 1그램당 약 107~109 CFU의 유산균이 포함돼있고 1회 적정 김치 섭취량이 40~60g인 것을 고려하면 한끼에 먹는 김치의 유산균 수는 상당하다. 이 부분에서 다시 지난번 칼럼의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의 차이를 상기하면서 질문을 두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첫번째 질문은 프로바이오틱스를 국내에서 온라인이나 홈쇼핑으로 구입해 복용하는 제품으로 한정해 “김치의 유산균은 과연 건강식품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균들과 같은가”라는 현실적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사실 요즘 국내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하면 자연 형태로 섭취하는 것보다 이런 제품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실제적인 궁금증이 될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충분한 양을 투여했을 때 숙주에게 건강 이익을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이라는 정의만 만족하면 원칙적으로 그 종류가 한정되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건강식품 형태로 구매해 복용하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은19종으로 제한된다.(표1) 
 
표1. 건강식품으로 제조 가능한 균 19종과 잘익은 김치 상품의 균 비교. 김 등.Food Sci. Biotechnol. 2016년


그러면 김치에 들어있는 유산균과 이 19종 균주가 얼마나 일치할까? 

필자도 김치에 포함된 유산균에 대해서는 Lactobacillus sakei나 plantarum정도만 알고 있기에 김치의 유산균을 분석한 논문을 검색해 보았다. 2016년 김 등이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중인 9개의pH 4.3-4.7정도로 잘 익은 김치를 구입해 유산균을 분석한 논문의 결과는 좀 의외였는데, 모든 제품에서 L. plantarum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표1) 심지어 발효 스타터로 plantarum을 사용한 제품에서도 검출되지 않았다. 이 논문의 결과를 가지고 비교를 해보면 '잘 익은' 김치에서 검출된 유산균 중에 프로바이오틱스 고시 19종에 포함되는 균주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종 수준까지 정확하게 알아내기는 어려운 NGS기법을 사용한 이 논문 한편 만으로 결론 짓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고, L. plantarum이 초기~과숙 사이의 우점균임을 고려해야 하므로 적어도 19종 중에서 L. plantarum균주는 김치에 포함돼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위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면 "김치유산균의 대부분은 국내건강식품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균과는 다르다”이기 때문에 김치를 먹는 것과 구매 가능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복용하는 것은 같지 않다.

두번째로 질문의 폭을 "김치를 많이 먹으면 일반적 개념의 프로바이오틱스를 먹는 것과 같나요?"라고 더 확장해보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김치에 포함된 유산균들이 프로바이오틱스의 정의에 맞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즉 주요 김치 유산균들이 전임상 및 임상연구를 통해 특정 건강이익을 주는 근거가 제시됐다면 김치를 섭취함으로써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김치 유산균과 연관된 대부분의 논문은 L. plantarum이나 sakei에 대한 것이다. 유독 김치에 많이 포함된 Weissella 및 Leuconostoc 속(genus) 유산균은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을 통해 항산화, 면역조절, 항바이러스 효과와 같은 다양한 기능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아직 그 건강기능이 임상연구를 통해 증명된 것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통상 말하는 임상을 통해 효능이 증명된 프로바이오틱스와는 그 근거 수준면에서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발효식품의 균을 섭취하는 것이 증상 개선 목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는 것과 동일하지 않은 이유는 균주 특이적 (strain-specific)이라는 특성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발효식품에 포함된 균들이 균주 수준까지 규명된 경우가 별로 없는데, 기존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속에 속하더라도 균주가 다르면 동일한 건강이익을 제공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균주 특이적이 아닌 속 수준에서 일반적인 효능, 예를 들면 병원균과 경쟁해 억제하거나 항생물질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기능은 김치유산균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발효식품의 1회 섭취량에 각각의 프로바이오틱스 임상연구에서 건강이익이 확인된 유효 용량만큼 충분히 포함돼 있는지도 애매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김치 유산균이 균주 특이적 효능을 보이는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가 될 것이다.
표2. 프로바이오틱스, 발효식품, 프로바이오틱스 발효식품의 구분. ISAPP, Nature 2021

지금까지 내용을 읽다보면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프로바이오틱스, 발효식품, 그리고 프로바이오틱스가 포함된 발효식품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ISAPP 전문가들은 표2처럼 설명하고 있다. 이 구분에 따르면 김치는 프로바이오틱스 발효식품에 속하고, 균주 수준에서 건강이익이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L.plantarum처럼 속 수준에서 일반적으로 건강이익이 있다고 알려진 균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김치는 '균주에 따른(strain specific) 효과까지는 증명되지 않은 프로바이오틱스에 의해 발효된, 혹은 그런 프로바이오틱스가 포함된 발효식품'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정의에 대한 말장난 같은 이 내용을 필자가 소개하는 이유는 김치가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ISAPP 연구자들이 발효식품의 정의를 발표하면서 목적으로 뒀던 것처럼 김치를 포함한 발효식품이 프로바이오틱스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는 혼선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고, 프로바이오틱스의 정의는 각 균주 특이적인 임상연구 근거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실 필자도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에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이글에 소개한 것보다 더 많은 연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면서 김치가 가지고 있는 분명한 건강이익들이 아주 좋은 디자인의 연구를 통해서는 검증되지 않았거나, 혹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에서 소개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한다는 김치 L. sakei균은 당시 뉴스에서는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소개됐지만, 그 이후 정말 약으로 개발됐다는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

김치의 건강 효과가 단순히 프로바이오틱스 유무가 아닌 재료의 프리바이오틱스 효과, 대사산물에 의한 포스바이오틱스 효과, 그리고 다양한 영양소로부터 종합적으로 얻어질 수 있다는점을 고려해 볼 때, 우리 식탁에서 김치 자체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장을 하는 가정이 점점 줄어들면서 현대 한국인들은 선조들이 다양한 재료의 김치와 발효식품을 섭취했던 것과는 달리 표준화 방식으로 생산된 김치 위주의 식이를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김치를 많이 먹고 있기는 하지만 발효식품의 전통적 다양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지금은 전 세계인이 인정하는 김치에 대해 단지 프로바이오틱스의 유무만 따질 것이 아니라, 김치 자체가 가지고 있는 종합적 건강효과를 질 좋은 연구를 통해 밝혀냄으로써 진정 세계인의 수퍼푸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이번 칼럼 작성과정에서 같이 토의해주신 Korea Microbiome Consortium (KMBC)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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