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훈 교수 “중증 환자 실제로 전문가가 봐야”…복지부, 요양급여 전환 검토하지만 “결정된 답 없어”
15일 열린 ‘중증 당뇨병 혜택은 넓히고 부담은 줄이고’ 토론회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당뇨병학회가 인슐린 분비 기능이 크게 떨어진 2형 당뇨병 환자도 여러 차례 인슐린을 투여하고 저혈당 위험을 관리해야 하지만, ‘2형’이라는 분류만으로는 이들의 중증도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에 학회는 당뇨병의 유형을 넘어 인슐린 분비 저하를 평가하는 ‘췌도부전’ 개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학회는 오는 12월부터 중증 당뇨병 환자에 대한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인슐린 펌프 지원 확대를 앞두고, 단순 기기 보급만으로 치료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만큼 기기 사용을 전문적인 교육과 치료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15일 코엑스 마곡에서 개최한 ‘중증 당뇨병 혜택은 넓히고 부담은 줄이고’ 토론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어졌다.
“2형이라도 인슐린 분비 기능 떨어지면 중증…전문가 진료로 연결해야”
이날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특성화TF에서 활동하는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남훈 교수는 당뇨병이 흔하다는 이유로 가벼운 질환으로 받아들여지는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모든 당뇨병은 아니지만 췌도부전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중증난치질환의 정의에 부합한다”며 "치료를 중단했을 때 심각한 위험이 따르는 환자에게는 중증도에 맞는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췌도는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들이 모인 조직이다. 췌도부전은 이 기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1형 당뇨병뿐 아니라 병이 진행된 일부 2형 당뇨병 환자와 췌장 절제 후 당뇨병이 생긴 환자도 인슐린 분비능을 기준으로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그는 "기존의 1형·2형·기타 당뇨병 분류가 발병 원인을 설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의 강도까지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2형 당뇨병 환자라도 인슐린 분비 기능이 크게 떨어지면 하루 여러 차례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고, 고혈당과 저혈당이 반복되는 등 혈당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교수는 중증 당뇨병을 판단할 때 인슐린 분비능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췌도부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합병증이 심하거나 진행 중인 환자는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중증을 정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중증을 정의해서 그 사람들을 실제로 전문가가 보게 하자는 것”이라며 “당뇨병의 중증과 경증을 분리해서 의료기관의 종류와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 중증도 구분이 전문의 의뢰와 집중 교육, 치료로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지원 확대에 ‘연령 절벽’ 완화 기대…“기기 사용 교육과 관리 수가 필요”
이어 ‘중증 당뇨병 환자의 CGM 등 보장성 강화의 의의와 대안’을 발표한 대한당뇨병학회 김종화 보험이사는 이번 지원 확대가 소아·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환자들의 ‘연령 절벽’을 완화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기에 기기를 지원받던 환자가 성인이 되면서 지원이 줄면,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갑자기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보험이사는 이번 조치가 성인기로 접어든 1형 당뇨병 환자의 부담을 낮추고, 인슐린 분비 기능이 크게 떨어진 일부 2형 당뇨병 환자까지 지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보험이사는 지원 확대에 따라 환자의 부담이 1인당 약 418만원 줄어들 것으로 제시했다. 그는 "관련 예산은 연간 약 700억원으로, 건강보험 1단계 혁신방안의 총 8000억원 중 약 9% 수준"이라며 "기기를 활용한 관리가 저혈당 등 급성 문제로 인한 응급실 방문과 입원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예방한다면 총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기를 지원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효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CGM으로 확인한 혈당 변화를 이해하고, 식사와 인슐린 용량 조절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보험이사는 “기기만 보급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기기를 잘 관리해야 된다”며 “환자가 외래에 올 때마다 CGM을 분석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현장에서 다시 교육하고 피드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기 사용 초기의 집중 교육과 이후 외래 진료에서 이뤄지는 지속적인 관리에 대한 수가, 교육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원 대상 판정 기준도 보완 과제로 꼽았다. 인슐린 분비능을 평가하는 C-펩타이드는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서 높게 측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보험이사는 "이러한 환자가 검사 수치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신장 기능을 고려하고, 인슐린 분비능과 합병증을 함께 평가하는 복합 중증도 지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환자 간 본인부담의 형평성을 개선해야 한다"며 "현행 요양비 방식에서 요양급여 방식으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의료기관에서 기기를 처방한 뒤 장착 방법을 교육하고, 사용 데이터를 진료에 활용하는 과정을 하나로 연결하자"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유정민 과장
복지부 “요양급여 전환 방향 검토…교육부터 재택 관리까지 함께 설계해야”
토론에 참여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이정민 과장은 “요양비를 요양급여로 전환하는 큰 틀의 방향도 함께 검토하고 있지만, 어떤 답을 정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단순히 요양비에서 요양급여로 전환된다고 해서 오늘 우려되는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양비와 요양급여는 기기를 구입하고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의 차이인 만큼, 환자 관리가 이뤄지려면 교육·상담과 재택 모니터링에 대한 보상체계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요양급여 전환에는 제도적 쟁점도 있다고 했다. 현재 요양비로 지원하는 기기를 요양급여로 전환하려면 재택 의료기기를 건강보험 치료재료로 어떻게 분류하고 등재할지 검토해야 한다. 이 과장은 이를 건강보험 보장체계의 틀과 관련된 문제로 설명하며, 전환 방식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기에서 얻은 혈당 데이터가 실제 진료에 활용되도록 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이 과장은 환자가 집에서 기기를 사용한 기록을 의료진에게 전달하고, 의료진이 이를 다음 치료 계획에 반영하는 과정까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상담에 대한 보상 필요성에도 공감한다"며 "우선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심층 진찰·상담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