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 시간 단축 전망 속 입원전담전문의 중요…근무 공백 대체자 넘어 교육 주체로서 역할 주목
대전협-대한입원의학회가 20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합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앞두고 수련환경 개선과 교육의 질 제고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입원의학회의가 공동 주최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입원의학의 역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수련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줄이려면 입원전담전문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입원전담전문의가 단순한 대체 인력이 아니라 전공의의 교육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입원전담전문의 통해 밀도 높고 통합적인 교육 가능
대한내과학회 김대중 수련이사는 “수련시간이 주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3년만에 내과 전공의를 제대로 길러내려면 더욱 밀도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병동에 상주할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의정 사태 이전까지 교수와 전공의가 하루동안 함께 하는 시간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전공의 수련 시간이 주 80시간이라 하더라도 그 중 교수와 함께한 시간은 10시간도 되지 않았던 게 과거의 수련 제도”라며 “앞으로는 최소 30~40시간 이상은 전공의를 교육하고 평가하는 데 할애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결국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이은혜 교수(입원의학과)는 의료가 점차 세분화되는 현실을 짚으며 “앞으로 복합 질환 환자가 늘어날수록 특정 분과만으로는 관리가 쉽지 않다”며 “입원전담전문의가 가교 역할을 맡아 통합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차세대 의료진을 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입원전담전문의의 존재가 되레 전공의들의 수련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과 전공의로 수련하다 사직한 홍성민 씨는 “외과 전공의에게는 수술 전후 환자 관리 경험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입원환자가 입원전담전문의 전담 병동으로 빠르게 이송되면서 전공의들은 간단한 수술 환자나 병동 이송 전 환자들만 맡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교수들의 전공의 신뢰가 떨어지고, 전공의 스스로도 자신감을 잃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필수 질환이나 수술 환자에 대해서는 전공의가 일정 횟수 이상 반드시 주치의를 맡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가 체계 개편해 2∙3형 도입 늘리고 지방∙중소병원까지 확산 필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수가 체계 개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전협 박창용 비상대책위원은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근무 유형은 1형에 치중돼 있다”며 “2·3형 모델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형은 주5일 주간 8시간 동안 운영(환자-전문의 비율 25:1)되며, 2형은 주7일 주간 8시간(17:1), 3형은 주7일 24시간(10:1) 운영 방식이다.
미미한 유형별 수가 차이, 야간 근무 기피 등으로 인해 2∙3형의 도입 비율은 1형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수가 체계 개선을 통해 상위 유형의 도입을 늘려야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에 따른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야간·주말 근무 수가 가산, 3형 전용 인센티브 신설 등을 통해 상위 유형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며 “특히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이 미미한 지방·중소병원에는 가산 적용과 환자 수 상한 완화 등 유연한 수가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진료 교수, 입원전담전문의, 전공의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 진료팀 협력 모델도 제안했다. 첫 번째 협력 모델은 입원전담전문의와 치프 전공의가 협력하고 분과 진료 교수가 분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전공의 교육에 집중하는 형태, 두 번째 모델은 입원전담전문의와 하급년차 주치의 전공의가 협력하고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전공의 교육을 주도하는 형태다.
박 위원은 “이는 전공의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환자 중심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료 교수와 입원전담전문의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