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사례처럼 의료계가 면허·전문성·자율규제 선제적 주도해야…자정 노력 없는 '형사책임 면제' 수용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의사 면허 재교부에 실패한 의사가 사망하는 등 면허 관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직업전문성을 높이고 면허의 자율적 규제를 위한 '대한의사면허원' 신설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의협 대한의사면허원설립준비위원회는 19일 회의를 통해 의사면허원 설립의 당위성과 조속한 제도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이에 면허원설립을 위한 의협 정관 개정 안건이 오는 24일 대의원회 정관개정특별위원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면허원설립준비위 관계자는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회의 과정에서 면허 재교부에 관한 현 상황을 위원들과 공유했고 직업전문성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면허관리를 하지 못한다면 비슷한 유형의 문제는 재생산될 수 밖에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해외의 사례를 봐도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정 기능을 강화하면서 선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은 더 이상 관치주의에 무력화되는 것을 막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의사 스스로 직업전문성을 높으기 위해 의사면허원 설립을 실현하려 한다. 의료계 내부에서 이미 대의원회 수임사항으로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안건이 정개특위도 통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협은 자정 노력 없는 '의사 형사면책 요구'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최근 ‘의료 형사범죄화’ 문제와 관련해 의료인의 형사책임 완화, 나아가 형사면책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자율규제 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준비위는 "자율규제 노력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선 의료인에 대한 형사면책 주장은 사회적으로 수용될 가능성이 없다. 전문직에 대한 형사책임 완화는 자율규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때에만 사회적으로 승인되기 떄문"이라며 "자율징계 없는 형사면책은 특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사면허원의 설립은 형사면책 요구를 사회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사회적 교환 조건(Social Bargain)’을 마련하는 기초 인프라에 해당한다. 이를 지속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은 대의원총회를 통해 결정된 회원들의 중의를 사실상 거스르는 것이다. 적법하게 의결 및 위임된 사안임에도 반복적으로 '추가 검토', '조율 필요'를 이유로 지연될 경우, 이는 최고의결기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면허원 설립을 위한 의협 정관 개정 안건.
의사면허원과 비슷하게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평가와 인증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꼽힌다.
의평원은 의학교육의 기준과 방향을 정부가 아닌 의료계가 주도하게 된 대표적 사례로, 의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고등교육법 제11조의 2 제2항에 따라 의평원의 평가, 인증을 받아야 한다. 또한 의사면허 국가시험은 의료법에 따라 의평원의 평가, 인증을 받은 대학을 졸업한 경우에만 응시할 수 있다.
즉 의사면허원은 교육 분야 평가 시스템인 의평원 모델을 면허·전문성·자율규제 영역으로 확장하는 제도적 변화인 셈이다.
의협은 우선 의사면허원 설치 근거를 정관에 명문화한 뒤, 상설기구로서 제도적 지위와 대외적 대표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후 전 회원 등록 체계를 구축해 보수교육 관리 시스템 가동, 자율징계 연계 등을 통해 시범운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범운영으로 실증 자료가 축적된 이후엔 국회를 통해 의사면허원 입법까지 추진될 수 있다.
면허원설립준비위 관계자는 "최근 의정사태 이후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성 의료계에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돼야 할 과제로 자정이 1순위로 제시됐다. 의사면허원 설립은 단지 기성 의료계 지도부의 정책 구상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차세대 의료인들의 직접적 요구에 근거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