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9.05 20:36최종 업데이트 21.09.0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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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1500개 육박…3년만에 157.8% 증가

제약산업계 공격적 R&D 투자·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 따른 결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가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으로 1500개에 육박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상장기업들의 R&D 투입 비용만 봐도 지난 1년간 2조 1592억원에 달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5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과 라이선스 이전 사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193개사에서 1477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29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같은 신약 파이프라인 규모는 협회가 지난 2018년 실시했던 조사결과(100개사 573개) 보다 157.8% 증가한 수치다. 특히 후보물질 발굴 등 R&D 초기 단계부터 임상 3상에 이르는 연구개발 전주기 과정에서 신약 파이프라인이 3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3상 진입 증가세 2018년 대비 274% 달해


이번 조사에서 파악된 파이프라인들을 유형별로 들여다보면 합성신약 비중이 바이오신약보다 약간 높다. 합성신약이 599개(40.6%)로 가장 많고, 바이오신약 540개(36.6%), 기타 338개(22.9%) 순이다. 2018년에는 합성신약 225개, 바이오신약 260개, 천연물 등 기타신약은 88개로 집계됐다.

임상단계별로는 ▲선도·후보물질(403건, 27.3%) ▲비임상 397건(26.9%) ▲임상 1상 266건(18.0%) ▲임상 2상 169건(11.4%) ▲임상 3상 116건(7.9%) 순으로 조사됐다. 후보물질, 비임상, 임상 1·2·3상 등 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 모두 2018년 조사 보다 2배 이상 확대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임상 3상의 증가세(274.2%)가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별로는 ▲항암제(317개, 21.5%) 개발이 가장 활발했다. ▲대사질환(173개, 11.7%), ▲신경계통(146개, 9.9%), ▲감염성질환(112개, 7.6%), ▲소화계통(79개, 5.3%)이 다음으로 많았다. 개발이 가장 활발한 항암제 중에서 비교적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은 임상 2·3상 단계의 항암제는 각각 25개, 10개 등 모두 35개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동일한 모집단으로 잡힌 68개 기업에서도 이 같은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68개 기업의 파이프라인은 2018년 442개에서 2021년 710개로 60.6% 증가했으며, 후보물질, 비임상, 임상 1,2,3상에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 수 모두 2018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연구성과를 보였다. 


이는 2018년에 후보물질 또는 비임상단계에 있던 물질들이 개발단계 즉 임상단계로 전환되고, 임상 1상 혹은 2상의 물질들이 임상 3상 단계에 진입,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제약기업과 바이오벤처 등 산업계 전반에서 신약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1000억원 기준으로 구분한 대·중견기업(55개사)과 중소·벤처사(138개사)의 파이프라인은 각각 641개(43.4%), 836개(56.6%)로 비중면에서 큰 편차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대‧중견기업은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기타 신약 파이프라인 중에서 합성신약(375개, 58.5%) 비중이 제일 높았다. 반면 중소‧벤처사는 바이오신약(399개, 47.7%)을 가장 많이 보유해 대조를 이뤘다.

"오픈이노베이션 가속화…선진국형 연구개발 모델로 변모 중"

3년간 라이선스 인·아웃이 대폭 활성화되는 등 제약기업과 바이오벤처, 외자기업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선스 이전은 2019년 36건에서 2020년 105건, 2021년 1분기 85건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물질별로는 바이오신약이 58건(45.7%)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어 합성신약(34건, 26.8%), 기타 신약(21건, 16.5%) 순으로 집계됐다. 

단계별로는 비공개된 기타(140건)를 제외하면 비임상이 50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임상 1상(18건) ▲임상 2상(10건) ▲임상 3상(6건) ▲허가(2건) 순이다. 질환별로는 항암제(57건, 25.2%)의 라이선스 이전이 가장 활발했다. 이어 감염성질환(22건, 9.7%), 대사질환(13건, 5.8%), 안구질환(11건, 4.9%), 소화계통(9건, 4.0%) 순으로 조사됐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벤처사의 라이선스 이전 건수가 250건으로, 대·중견기업(81건) 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라이선스 이전의 파트너를 분석한 결과 대·중견기업은 외자 기업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17건) 비중이 높았다. 중소·벤처사는 ▲국내 중소벤처(64건) ▲외자기업(50건) ▲대·중견기업(35건) 등 고른 분포를 보여 바이오벤처와 제약기업, 외자기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형태의 개방형 혁신이 활기를 띄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해 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선진국형 연구개발 모델로 변모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많은 기업체들이 적극적인 기술이전과 함께 R&D에 대한 투자비율을 늘리고 있다.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는 2016년 1조 7982억원에서 2020년 2조 1592억원으로 5년간 연평균 4.7% 증가율을 보였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중은 2016년 8.9%에서 2020년 10.7%로 상승했다. 

2019년 기준 제약업종이 속해있는 제조업 분야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중은 2.45%에 불과한데 반해 제약업은 6.61%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영업이익(7.34%, 2019년 기준)의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중은 2019년 기준 미국(18.2%), 일본(17.3%)에 비해 낮은 편이다.

원희목 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상 한 두 기업이나 품목의 성공을 뛰어넘어, 크고 작은 다양한 기업들로 이뤄진 산업군 전반의 인프라와 R&D 역량이 강화될 때 글로벌 제약강국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규모는 물론 내용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 개발 의지와 과감한 투자가 산업 토양과 체질을 바꿔놓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충하는 동시에, 개방형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영세한 규모를 극복해야만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글로벌 신약개발에 1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임상 3상 등 후기 임상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성공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에 자원을 쏟아붓는 ‘선택과 집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산 신약 개발 촉진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기술이전 등 오픈이노베이션 환경을 구축하고, 기술이전에서 나아가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완주해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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