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29 07:37최종 업데이트 26.09.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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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암병원 박상준 교수 “AI로 방사선치료 반복 업무 줄이고, 환자에게 시간 돌려줘야”

[온코스튜디오 KOL 인터뷰] “AI가 컨투어링 초안 만들고 의사가 검토·수정…적응방사선치료·진료 전 과정 AI로 확장"

방사선 치료 소프트웨어 온코소프트 '온코스튜디오'  

방사선치료는 종양은 정밀하게 제거하고 정상 조직의 손상은 최소화해야 하는 치료인 만큼 치료계획의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컨투어링 (Contouring)과 치료계획 수립은 많은 시간과 숙련도가 필요한 작업으로, 최근에는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고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AI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온코소프트는 AI 자동 컨투어링 소프트웨어 '온코스튜디오(OncoStudio)'를 시작으로, 치료계획시스템(TPS) '온코플랜(OncoPlan)'까지 방사선치료 전주기를 아우르는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는 회사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온코소프트 기획과 KOL(Key Opinion Leader) 인터뷰를 통해 AI가 방사선치료 워크플로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국산 솔루션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①수일 걸리던 암 치료 컨투어링 '온코스튜디오'로 단축…의료진, 부담 ↓ 치료 집중도 ↑
②AI 컨투어링, 국내외 연구서 근거 축적…한국인 1,200명 연구부터 일본 전립선암 검증까지
③삼성서울병원 오동렬 교수 “방사선치료 AI, 컨투어링 넘어 치료계획 최적화로 진화”
④연세암병원 박상준 교수 “AI로 방사선치료 반복 업무 줄이고, 환자에게 시간 돌려줘야”
 
박상준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AI를 활용한 방사선치료 준비 과정의 변화와 임상 연구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인공지능(AI)이 방사선치료 준비 과정에 들어오면서 의사의 업무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의료진이 직접 그리던 정상 장기와 치료 표적의 윤곽을 AI가 먼저 그리면, 의사가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방식이다. 반복적인 작업에 투입되던 시간을 줄이고 선량 계획을 정교하게 다듬거나 환자와 소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사선치료를 계획할 때는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정상 장기인 위험장기(organ at risk, OAR)와 치료 대상인 표적체적(target volume)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영상에서 이들 구조의 경계를 그리는 작업을 윤곽 설정, 즉 컨투어링(contouring)이라고 한다. 

박상준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온코스튜디오' KOL인터뷰를 통해 “AI가 컨투어링을 지원하면서 확보한 시간을 선량 분포를 정교하게 조정하고 환자와 소통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며 “의료 AI의 가치를 판단할 때 기술 성능뿐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가 실제로 얻는 이득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직접 그리던 치료 윤곽, AI 초안 검토·수정으로​

박 교수는 전공의 시절 방사선 치료 계획을 세우면서 위험장기와 표적체적의 윤곽을 직접 그리느라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온코소프트의 자동 컨투어링 솔루션 ‘온코스튜디오’를 활용한 뒤 AI 초안을 검토·수정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업무 부담 감소를 체감한 분야는 유방암이다. 비교적 표준화된 구조의 윤곽을 반복해서 설정하는 작업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초기에는 유방 윤곽이 어긋나 수정할 부분이 많았지만 업데이트를 거치며 수정량이 줄었다”라며 “현장의 피드백이 반영되면서 개선되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인력 공백 상황에서의 경험도 언급했다. 그는 “2024년 의정사태 당시 전공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AI가 반복적인 컨투어링 업무를 일부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며 “다만 최종적으로 치료 범위를 결정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일은 여전히 의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실제로 쓰이는 AI는 다양한 환자와 장비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기존 업무 흐름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의료진이 결과를 쉽게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량 지표뿐 아니라 실제 수정 시간과 반복 업무 감소 효과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검증에서 성능 높인 LLMSeg…실제 진료 효과는 추가 검증

박 교수의 연구는 영상의 윤곽을 자동으로 그리는 데서 나아가 환자의 임상정보를 함께 반영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된 ‘LLM-driven multimodal target volume contouring in radiation oncology’ 연구는 임상정보와 영상을 함께 활용해 방사선치료 임상표적체적(CTV)의 윤곽을 설정하는 모델 ‘LLMSeg’를 다뤘다.

LLMSeg는 CT 영상에 환자의 암 발생 위치와 병기, 수술 방법, 림프절 전이 여부 등 문자 형태의 임상정보를 결합한다. 연구진은 연세암병원 유방암 환자 981명의 자료로 모델을 개발·내부 검증하고, 용인세브란스병원 206명과 강남세브란스병원 204명의 자료로 외부 검증했다.

박 교수는 “의사는 영상만 보고 치료 범위를 정하지 않는다. 환자의 병기와 수술 이력, 병리 결과, 기존 치료 기록을 함께 살핀다. 같은 부위의 영상이라도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영상과 언어를 함께 처리하는 멀티모달 AI가 이런 임상적 판단 과정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촬영 장비 제조사가 달라 데이터 차이가 가장 컸던 유방암 외부 검증군에서 LLMSeg의 Dice 계수는 0.844로, 영상만 사용한 모델의 0.440보다 약 1.9배 높았다. Dice 계수는 AI가 그린 영역과 기준 영역이 얼마나 겹치는지를 나타내며 1에 가까울수록 일치도가 높다.

방사선종양학 전문의가 좌우 위치와 수술 유형, 치료 범위 정의, 표적의 피복도와 완전성을 평가한 임상 적합성 점수도 LLMSeg가 4.010점으로 영상 단독 모델의 1.700점보다 약 2.36배 높았다. 단순히 윤곽이 비슷해 보이는 수준을 넘어 임상적으로 치료해야 할 범위를 더 적절히 반영했다는 의미다.

연구에서는 같은 CT 영상이라도 병기나 암 발생 위치, 수술 방법에 관한 문장을 바꾸면 모델이 임상정보에 맞춰 표적 범위를 달리 그리는지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암의 좌우 위치를 바꾸자 반대쪽 유방을 선택했고, 유방보존술을 전절제술로 바꾸자 피부를 포함한 흉벽 쪽으로 치료 범위를 조정했다.
CT 영상만 보는 AI와 환자의 병기·수술 정보까지 함께 반영하는 LLMSeg를 비교한 그림. 초록색이 방사선치료가 필요한 임상표적체적(CTV)이다. 자료=박상준 교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논문 발췌 

AI의 임상 가치, 정확도 넘어 수정량·업무 부담 감소로 확인해야

치료 표적을 그리는 AI의 어려움은 학습 기준이 되는 ‘정답’을 하나로 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정상 장기는 영상에서 보이는 구조를 따라 그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준이 명확하다. 반면 치료 범위는 임상 가이드라인이 있더라도 의사마다 판단과 표현 방식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박 교수는 “AI가 학습하는 라벨 데이터에도 이런 차이가 반영된다. 여러 의사가 합의해 기준 데이터를 만들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면서 학습 데이터를 만들었지만 기준을 표준화하는 것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고 했다.

실제 진료에서는 AI 결과를 다시 고쳐야 하는 양이 적을수록 의료진 부담이 줄고, 기관이나 장비가 달라도 결과가 안정적일수록 표준화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AI가 초안을 만들더라도 수정할 내용이 너무 많으면 검토 부담이 커져 실질적 이득이 사라질 수 있다.

박 교수는 “핵심은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수정량을 실제로 얼마나 줄였는지에 있다”라며 “외부 검증에서 성능 차이가 크게 나타난 점은 다양한 환경에서 일관되게 작동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는 후향적 데이터로 모델의 성능과 임상적 타당성을 평가했다. 실제 컨투어링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환자의 치료 성적을 개선했는지까지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다.

박 교수는 “향후 전향적 임상연구와 실제 업무량 평가가 필요하다”며 “성능 향상이 진료의 질과 환자 경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반복 작업 넘어 적응형 치료로…임상 검증이 관건

치료 도중 종양과 주변 구조가 달라지는 경우에도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폐암이나 부인암 환자가 치료에 반응해 해부학적 구조가 변하면 기존 치료 계획을 조정해야 할 수 있다”며 “변화에 맞춰 정상장기와 표적을 다시 설정하는 적응방사선치료의 기반 기술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반복적이고 표준화할 수 있는 작업부터 효용을 확인하되 고위험 영역에는 의료진 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치료 표적은 영상뿐 아니라 수술·병리 기록과 과거 치료 이력 등을 종합해야 한다. 자동화 범위가 확대되더라도 의사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온코소프트의 ‘온코플랜’ 등 치료계획시스템(TPS) 국산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TPS는 의료진이 환자별 치료 표적과 정상장기를 토대로 방사선 조사 방향과 선량을 계산·최적화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다.

박 교수는 "국산 TPS는 국내 병원의 진료 흐름과 장비 환경, 보험 및 규제 요건, 의료진의 사용 습관을 개발 단계부터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해외 제품과 마찬가지로 임상적 안전성과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장에서 의료진이 겪는 문제가 기술 개선으로 이어지고, 검증된 결과가 다시 진료에 적용되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진료 전 과정 잇는 AI…환자 교육과 안전한 활용도 과제

박 교수는 개별 작업을 수행하는 AI 모델을 진료 전 과정으로 연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비정형 전자의무기록(EMR)의 구조화부터 진료 의사결정, 치료 계획 수립, 치료 후 추적 관찰까지 단계별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연계하는 AI 에이전트를 구상하고 있다.

병원 기록에는 검사 수치처럼 정리된 정보 외에도 서술형 입원 기록과 진료 내용이 담겨 있다. 박 교수는 “LLM으로 이런 비정형 정보를 구조화해 활용했을 때 정리된 검사 수치만 사용한 경우보다 예측 성능이 개선됐다”라며 “방사선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지만 다른 환자군의 예후 예측이나 상태 변화 알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박 교수는 “다음 과제는 AI가 실제 진료에서 주는 이득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모델을 개발하고 성능을 비교하는 데서 나아가 환자를 전향적으로 추적하면서 임상적 효과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AI가 정보를 분석해도 치료 결정과 책임은 의사에게
 
지금까지는 표적체적을 정확히 그리고 최적의 치료 계획을 만드는 능력이 강조됐다면, 앞으로는 여러 정보를 종합해 치료 전략을 세우고 결과를 책임 있게 판단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의미와 한계를 이해하는 역량도 여기에 포함된다.

박 교수는 임상정보를 분석하는 일과 환자의 가치·선호를 이해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AI는 병기, 병리, 치료 이력과 영상 결과를 종합하는 데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삶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확인하며 치료 결정을 함께 내리는 일에는 다른 차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가치와 선호를 직접 확인해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역할은 의사에게 남는다”며 “정보가 부족할 때 추가로 확인할 사항을 정하고, 치료 목표를 조율하며,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에 대응하는 일도 의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10년 뒤에는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기 전 AI가 영상과 병리, 수술 기록, 검사 결과를 정리하고 가능한 치료 전략과 위험 요인, 치료 계획까지 준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사는 AI가 제시한 내용을 검토한 뒤 환자와 함께 치료 목표와 선택지를 더 깊이 논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AI시대에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개별 모델의 성능을 뽐내는 진료환경이 아니라, 기술이 임상의 판단과 환자의 선택을 충실히 돕는 의료체계다.

박 교수는 “새로운 모델을 많이 만든 연구자보다 실제 임상 문제에서 출발해 안전하고 쓸 수 있는 기술로 연결한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다”며 “궁극적으로 AI가 의사의 업무를 줄여준다면 확보한 시간을 다시 환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임상과 공학, 병원과 산업을 잇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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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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