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11 07:14최종 업데이트 23.05.1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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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난임치료 양한방 병행치료 필요성 주장에 복지부는 냉담..."근거 기반 연구 활성화부터"

이중맹검 임상시험 거치지 않아 입증 불가, 대조군 없는 증례보고 뿐...한의계, 의과와 연계한 지원 주장

5월 9일 열린 '저출생 극복을 위한 국가 난임치료 지원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수년째 한방임치료 지원을 요구해 온 한의계가 난임치료에서 양한방 병행치료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한의계의 아킬레스건인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한의계는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통해 그 근거를 입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그 결과 및 관련 연구 논문의 신뢰성이 떨어짐을 지적하며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기 위한 근거 기반의 연구 활성화를 주문했다.

실제로 지자체의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 결과는 지자체의 성과 부풀리기, 허위 보고 등 왜곡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고, 국내 한의학 난임치료 관련 논문 역시 객관적인 근거를 인정하기 어려운 대조군이 없는 증례보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의계, 의과 보조생식술 시술에 한의치료를 병행하는 시범사업 제안

9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한 국가 난임치료 지원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가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 주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 주최로 개최됐다.

먼저 동신대 한의과대학 양승정 교수는 2022년 전라남도 난임부부 지원사업의 결과를 중심으로 지자체 난임치료 성과를 소개하며 그 한계를 설명했다.

전라남도는 2022년 도내 6개월 이상 주민등록을 둔 가정 중 1년 이상 임신이 안 된 난임부부를 선정해 1인당 180만원 이내로 한약, 침구치료 등을 제공했다. 그 결과 여성참여자 75명 중 17%인 13명이 임신에 성공했고, 한약 투여 및 침구치료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적 임신율은 14.44%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 교수는 "전라도 한방치료 지원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담당 직원의 잦은 교체, 지방 특성상 난임 전문기관의 부족 등으로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기 어려웠다는 것이다”며 “무엇보다 4개월이라는 긴 기간 한약 복용을 유지해야 하고 추적조사 3개월은 양방시술을 받지 못하도록 해 고령 난임 부부의 불만이 컸다. 따라서 진단 및 출산 등 양방 산부인과와의 연계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난임치료에 대한 환자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도록 의과병행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고령의 산모나 낮은 AMH(항 뮐러관 호르몬) 수치 등 난임 가능성이 높은 경우 환자가 의과 병행치료를 원한다면 그 문을 열어줘야 한다”며 “한의치료 후 보조생식술시행, 보조생식술 시행 침구치료 병행치료 등을 통해 난임 환자에 맞춤형 의과병행치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발표에 나선 동국대 일산불교한방병원 김동일 병원장은 의과 단독 난임시술에도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그 한계를 한의과 치료로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병원장은 "한의 난임치료는 생식내분비 기능 개선, 전신건강증진, 난임 스트레스 해소 등 심신통합적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한의난임치료지원 제도는 보편적 난임 예방과 선별적 난임치료 지원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보편적 난임 예방은 전 한의계가 참여하고, 원인불명 난임이나 보조생식술 병행치료 등 선별적 난임은 한방부인과 난임전문가가 참여하는 투 트랙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한의계는 최근 난임 한의표준 임상진료지침도 개발 중이다. 여기에는 ▲원인불명 난임에 대한 권고안 ▲난소예비력 저하에 의한 난임에 대한 권고안 ▲보조생식술과 병행하는 한의난임치료에 대한 권고안 등이 담기게 된다.

복지부 "과학적 근거 마련돼야"…홍주의 회장 "난임치료, 양한방 경쟁아닌 협력 필요"

이러한 한의계의 요청 속에 최영준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과장은 근거 마련부터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최 과장은 "정책을 만들고 수행하는 데 있어 근거가 기반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근거의 첫 번째는 전문가 의견이고, 두 번째는 다양한 실험과 연구 축적을 통해 메타분석 및 체계적 분석 등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의계에서 체계적 논문고찰을 하고 있지만 그간 한의학 난임치료 논문을 전문적으로 분석해 보면 비교연구가 아니라 증례연구고, 대상자도 100명 이상 연구가 적으며, 생아 출생이 명시된 연구는 적다. 연구비 지원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실을 생략한 부분도 있는 등 신뢰도 의문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정책특별위원회와 의료정책연구소가 바른의료연구소 김성원 고문에게 의뢰, 5월 발표한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방난임 지원사업은 유효성과 안전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Randomized double-blinded Controlled Trial, RCT)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적이 전혀 없었고, 국내 한의학 난임치료 관련 50편의 임상연구 논문을 분석한 2017년도 연구에 의하면 50편 모두 대조군이 없는 증례보고 연구였다.

최 과장은 "한의 난임치료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근거 기반의 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토론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로 예정된 난임 표준임상진료지침이 개발됨에 따라 이를 기준으로 쌓이는 증례를 바탕으로 향후 난임치료 연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든지 한의 난임치료가 정책적으로 더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재차 반박에 나섰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이진무 한방부인과 교수는 "이중맹검 임상시험은 윤리적 문제가 있어 난임치료에서는 불가능하다. 특히 한국은 의과와 난임연구를 함께 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라서 치료군과 대조군을 설정해 연구하기가 어렵다. 이에 한방난임관련 논문 중 RCT를 활용한 논문은 유럽과 미국, 호주 등 해외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몇 년 전 보조생식술에 한방치료를 보조하는 연구를 함께 하자고 양방에 제안했고, 복지부도 예산을 지원하는 줄 알았는데 의과에서 반대해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은 "한방치료만으로도 임신이 어려운 환자들이 있다. 반대로 양방치료만으로 임신이 어려운 환자도 있다. 그렇다면 한방치료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끌어올려 양방의 보조생식술을 겸해 임신을 성공시키면 된다"며 "난임에 있어서 만큼은 양한방 중 무엇이 더 우수하냐를 따져서는 안 된다. 자식을 원하는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임신을 시킬 수 있다면 정부는 적극적으로 양한방을 가리지 않고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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