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21 15:39최종 업데이트 22.11.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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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협회 "심평원 업무태만으로 '부당청구' 발생…고시 변경 계도기간 적용해야"

일선 의원, 복지부 고시 등 산정기준 변경 몰라 '부당청구' 내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일선 의원들이 정부의 고시 등의 산정기준 변경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자신도 모르는 새 '부당청구'를 하게 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원협회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 과정에서 산정기준 변경 등으로 인한 부당청구 사실을 고지해주었더라면 의사들이 그런 부당청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심평원의 업무 태만을 지적했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회원들에 대한 실사 상담 서비스 과정에서 회원들의 가장 빈번한 불만은 고시 등의 산정기준이 변경된 것을 몰라 '부당청구'로 낙인찍히는 사례로 나타났다.

유환욱 회장은 "회원들은 '심평원이 심사 과정에서 한 번만 알려주었으면 그렇게 청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심평원의 심사 시스템을 믿은 내 잘못인거냐'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상급병원의 경우 행정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청구 관련 인력도 구비할 수 있기에 청구기준(고시)이 신설·변경됨으로 인해 부당청구가 발생하더라도 자체적인 파악 및 시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가 혼자서 보건복지부 고시의 모든 내용을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현실을 말했다.

실제로 의료계 내부에서는 심평원의 기준이나 심사 기준에 따른 소위 '심평의학'이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아무리 의학적으로 최선의 진료를 다 해도 심평의학에서 벗어난다면 부당청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의원협회는 심평원의 기준을 회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수시로 급여기준 등을 공지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으로 나타났다.

의원협회 법제이사인 이동길 변호사는 "요양급여의 기준은 너무나 복잡하고 변경도 빈번하므로 '법의 무지는 용서할 수 없다'는 법언을 인용하는 것은 복지부 및 심평원의 행정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으로 운영되는 심평원은 적어도 고시가 변경된 후에 한동안은 고시 변경으로 발생하는 사후적 부당청구를 체크해 경고할 책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당청구인지 모른 채 청구가 계속될 경우, 나중에 복지부 실사를 통해 부당청구가 발견되면 해당 청구금액이 전부 환수가 되고 최대 5배수까지의 과징금이 발생하며 심지어는 의료기관의 매출도 아닌 약제비까지 배상해야 하는 불이익을 의료기관이 감수해야 한다. 실사로 인해 이러한 불이익을 당한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요양급여비 환수 정도는 규정이 그렇다고 하니 규정을 모른 내 탓이라고 하겠지만 몇 배수의 환수에 약제비까지 배상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원협회는 고시 변경 사실이 의원급 의료기관에게 충분히 알려질 수 있도록, 3년~5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일종의 유예기간 내지 계도기간으로 취급해 이 기간 동안 회원들이 변경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환욱 회장은 "해당 계도기간 내에 발생한 부당청구의 경우 요양급여비 환수 이외의 불이익을 부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계도기간 중이라 하더라도 심평원 심사를 통해 부당청구임을 지적받아 삭감이 된 이후에는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의 적용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심평원의 부당청구 지적은 과징금 처분 등의 적용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명백한 근거를 남긴 서면을 통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은 심평원이 대충 일하더라도 나중에 실사를 통해 최대 다섯 배까지 과징금을 물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제안하는 제도대로라면 심평원이 제 역할을 해야만 부당청구가 줄어드는 구조이므로 심평원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또 "고시 변경이 있었음에도 심평원에서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일개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가 그 고시의 변경을 모른 것을 탓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유 회장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정규직 임직원만 403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간 4627억원의 정부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다"라며 "심평원이 이처럼 많은 정부지원금을 써가면서 운영됨에도 그들의 업무 태만으로 인해 의료기관들에게 부당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손 놓고 지켜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러한 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도 있지 않은지에 대한 우려에는 "부당청구라는 것은 보통 허위청구라 불리는 거짓청구와 다른 개념이다. 거짓청구는 그야말로 도덕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것이고 형법상으로도 사기죄로 처벌을 받는 행위이지만 부당청구는 겨우 고시의 변경 정도만으로 어제까지 정당청구였던 것이 내일은 부당청구가 된다"고 했다. 이어 "거짓청구는 고시 변경과 무관한 것이므로 우리 협회가 제안하는 제도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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