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22 13:19최종 업데이트 24.02.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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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 전문의가 3억~4억? 대학병원 전임의 월급 400만원…지나친 현실 왜곡에 허탈하다"

35세 아닌 전체 개원의 평균임금 2억5000만원·봉직의 1억8500만원...'필수과' 소아과는 임금 줄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35살 전문의가 연봉 3억원을 번다는 말에 허무하다. 전공의를 마친 대학병원 펠로우(전임의) 월급이 400만원이다." (빅5병원 전임의) 

최근 "35살 전문의가 연 3억~4억을 번다"는 서울의대 김윤 교수의 발언에 젊은 의사들이 공분하고 있다. 실제 받는 급여에 비해 현실을 너무 왜곡했다는 지적에 젊은 의사들 사이에선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부 지방 병원에서 의사 혼자 모든 당직을 365일, 24시간 떠안아야 하는 경우에 한해 고연봉 조건이 등장할 따름으로 알려졌다. 

현실은 400만원인데 3억원을 이야기하니 허탈감만

익명을 요청한 빅5병원 전임의 A씨는 22일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35살 전문의가 연봉 3억~4억원을 번다는 주장에 허탈했다. 실제 35살 전문의가 대학병원에 있다면 월급이 350만~400만원 정도다. 나도 월급으로 400만원을 번다"며 "현실을 왜곡해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하려는 속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원가로 나간다고 해도 곧바로 의사 급여가 확 뛰진 않는다. 봉직을 하면 대학병원 보다 조금 더 받는 정도고 30대 초중반에 곧장 개원하는 것도 요즘 세상에 쉽지 않다. 대출을 받아 개원하면 가능성은 있지만 연봉 3억원은 극소수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35세 의사가 3~4억을 번다고 했지만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이 있는 개원가 전문의들도 3억을 벌지 못한다. 해당 통계는 나이를 국한하지 않은 수치다. 사진=보건복지부


실제로 개원을 하면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일부 과에 국한된 얘기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개원한 전문의 전체 평균 임금은 2억 5000만원 가량이었다. 소아청소년과는 1억 남짓, 가정의학과는 1억 4900만원에 그쳤다. 심지어 해당 통계는 나이를 35세로 국한하지 않은 전체 의원급 전문의 통계다. 

이비인후과는 1억 9000만원, 돈을 잘 번다고 알려진 성형외과를 개원한 전문의도 2억 3000만원으로 김윤 교수가 언급한 3억원 보다 아래다. 

반면 필수과 전문의들은 오히려 임금이 줄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청과의 경우 2010년 의원급 전문의 연평균 임금이 1억 2000만원이었지만 2020년 1억 800만원으로 감소했다.  

또한 봉직의 연평균 임금은 1억 8500만원 수준으로,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1억 5200만, 보건소나 보건기관에 종사하는 의사 임금은 7900만원 등으로 모두 3억원 미만이었다.  

한국 임상 의사 증가율 20년 간 3.4%로 OECD 1위
 
한국은 연평균 임상 의사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사진=보건복지부
사진=보건복지부, 원자료 OECD Health Statistics 2021.


젊은 의사들은 정부가 의사 수가 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이 부분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경제합력개발기구 통계(OECD statistics)를 살펴보면 2000년 대비 19년간 의사 수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OECD 33개 가입국의 의사 수는 2000년 평균 대비(100%) 2019년 151%로 증가했으며, 한국은 2000년 대비 2019년에 209%를 기록하며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미국, 일본 등은 OECD 평균 대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과 반대로 한국은 호주, 영국, 덴마크 등과 함께 비교적 증가폭이 큰 편에 속한다. 

전임의 A씨는 "한국은 연평균 임상 의사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인구도 대폭 줄고 있는 긴축의 시대에 의사를 기존 대비 65% 늘린다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생각이다. 잘못된 정책이 미래에 잘못된 의료로 되돌아 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말 대학병원을 떠나겠다는 전공의들도 늘고 있다. 잠깐 보여주기식 사직서 제출이 아니라 진짜 '탈출'하고 싶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 병원 전공의 B씨는 "이제 화가 나는 단계를 지나 그냥 우울하다. 우리나라 미래 의료를 생각했을 때 더 이상 여기 남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보인다"며 "이번 기회에 대학병원을 떠나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을 보면 많이 아프고 지쳐있다. 나 또한 최근 몸이 아파 수술을 했다. 사직 사유를 들어보면 제각기 아픔과 사연이 많다"며 "정부는 전공의들이 잠깐 나갔다가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공의들은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가 백지화될 때까지 물러설 생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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