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8.19 23:28최종 업데이트 26.08.19 23:28

제보

“한 세대 지나면 소아·분만 병원 사라질 수도”…가업상속공제 제외에 병원계 반발

신규 진입 없는 필수의료, 기존 병원 승계가 유일한 통로…편법상속 불가능한 병원까지 일률 배제는 제도 설계 착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서 병원을 제외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을 추진하자 병원계가 “지역·필수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신규 진입이 사실상 끊긴 소아·분만 분야에서 기존 병원의 세대 간 승계마저 어려워질 경우 의료공백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장협의회∙대한분만병원협의회∙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등은 19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소아와 분만 영역에 새로 진입하는 의료기관은 사실상 없다”며 “남은 길은 지금 있는 병원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뿐이며, 그 유일한 통로가 승계”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 소아아동병원과 중소병원의 70~80%가 개인 개설 형태다. 개인 개설 병원의 승계 경로가 세제상 막히면 그 기관의 미래는 대체 없는 소멸”이라며 “이 제도가 그대로 시행되면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이 영역이 자연 감소로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개편에서 배제된 타 업종들과 달리 병원은 편법 상속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3개 협회는 “이번 개편에서 배제된 업종들의 공통점은 자산 보유 자체가 수익의 원천이거나, 자산을 다른 용도로 쉽게 전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병원에는 이 우려가 성립하지 않는다. 상속인이 의사 면허를 갖고 직접 진료와 경영에 종사하지 않으면 승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개설 변경은 시도지사의 허가 사항이고, 영리 목적의 자유로운 양도 전매도 제한된다. 자산의 상당 부분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는 의료장비와 특수설비”라며 “자산을 환가할 목적으로 병원을 승계할 실익이 없다. 편법 상속을 막기 위한 규제에 편법 상속이 불가능한 업종을 넣은 건 제도 설계의 착오”라고 덧붙였다.
 
이들 협회는 또 “필수의료는 수가 구조상 수익성이 낮다. 2023년 병원경영분석에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371개의 의료수익 의료이익률은 -3.1%, 의료원가율은 103.1%였고, 종합병원의 유동비율은 규모를 막론하고 100% 미만”이라며 “절세할 이익 자체가 없는 곳에서 조세회피 우려를 적용하는 건 실상과 맞지 않다”고 했다.
 
개인 개설을 강제하면서 승계 수단만 없애는 건 역차별이라고도 지적했다. 실제 법인 전환과 주식, 지분의 사전 증여 등의 승계 수단이 있는 일반 기업과 달리 의료기관은 이 같은 방법이 불가능하다.
 
이들 협회는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 주체를 의료인과 의료법인 등으로 제한한다. 일반 영리법인으로 전환해 지분을 나눠 넘기는 방식은 애초에 쓸 수 없다. 의료법인 설립은 시도지사의 허가가 필요하고, 출자 지분과 배당구조가 존재하지 않으며 청산 시 잔여재산은 국가, 지자체 등에 귀속된다”며 “의료법인 전환은 승계 수단이 아니라 사유재산권의 영구적 포기”라고 했다.
 
이어 “법인의 길은 제도가 막아두고, 개인 사업자 형태의 의료기관에는 최고 50%의 상속세를 그대로 부과하면서 가업상속공제만 배제하는 구조”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개인 개설 의료기관을 한 세대만 존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드는 셈이다. 다른 업종이 당연히 갖는 승계 수단을 제도적으로 깆지 못한 업종에 대해 최소한의 형평은 맞춰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가업상속공제 대상 제외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정부의 각종 종합병원 지원 정책과 모순된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들은 “정부가 필수의료 거점으로 직접 지정하고 예산을 들여 육성하는 병원의 절반 가까이가 같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에서는 승계 대상에서 배제된다”며 “한쪽에서 재정으로 붙잡고 다른 쪽에서 세제로 밀어내는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분만병원의 경우 이미 다수의 지자체가 분만취약지로 지정돼 있다. 오랜 기간 지역에서 분만 진료 인프라를 유지해 온 병원이 상속 과정에서 무거운 상속세 부담까지 지게 될 경우, 대물림을 포기하고 폐업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3개 협회는 ▲병원업에 대한 일률 배제 대신 민관 가업상속공제심사위원회의 개별 심사 기회 부여 ▲개정안에 병원 업종 추가 ▲병원업 대상 일반 업종보다 강화된 사후관리 요건 적용 ▲필수의료 수행 여부 심사에 반영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가업상속공제는 부의 대물림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한 세대가 쌓은 전문기술과 노하우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제도”라며 “소아와 분만은 그 기술을 사람을 통해서만 전해지고, 끊기면 대체되지 않는 영역”이라고 했다.
 
이어 “조세회피를 막아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그 목적은 업종 전체를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엄격한 개별 심사와 강화된 사후 관리로 더 정확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접수 기한은 8월 20일이다. 지금 이 조항을 재검토해달라”며 “시행 이후에 되돌리려 할 때는 이미 문을 닫은 병원과 이 길을 택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음 세대를 되돌릴 방법이 없다. 지역에서 아이를 받고 아이를 치료하는 일이 다음 세대에도 계속될 수 있게 합리적인 결정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가업상속공제 # 대한병원장협의회 # 대한분만병원협의회 #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