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감] 연세대 동문·탄원서 제출 등 친분 임명 의혹…강중구 원장 "임명 당시 결격사유 없다고 판단" 해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중구 원장. 사진=국회방송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중구 원장의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특히 '여대생 청부살인'을 지시한 범인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유죄판결을 받은 의사가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으로 임명된 사실이 드러나 감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의원들은 강 원장을 상대로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은 류원기 전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인 윤길자 씨가 2002년 22살이던 여대생을 청부살해한 사건이다. 윤 씨는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허위진단서를 받고 형 집행정지를 받아 민간병원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는 박병우 전 연세대 교수로 현재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처벌받은 의사가 현재 심평원 진료 심사위원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박 위원은 2017년 대법원에서 허위진단서 작성 행사 및 배임수재 혐의로 벌금 500만원 형 확정도 받았다. 이보다 앞서 2013년에는 대한의사협회로부터 3년간 회원 자격 정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강 원장은 일산병원장 시절 탄원서를 주도해 써주고, 안 써준 의사를 해고시키기도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런 사람을 진료 심사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해당 심사위원 즉각 해임하시고 원장님도 이 인사에 대해서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여년 지나 업무 수행 지장 없을 것이라 판단…블라인드 채용, 개입 여지 없어"
강 원장은 해당 논란에 대해 "임명 당시 해당 사건이 10여년이 지났고, 임용 결격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서 심사위원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블라인드 채용에는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와 같이 사회적 파장이 크면 직위 해제나 인사조치 등 가능한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거취는 본인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해임 여부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향후 채용과 관련해 의료법 위반 전력이 있는 경우 배제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부연했다.
"연세대 동기이자 탄원서 작성한 관계" 친분 임명 의혹…여야 의원 '사퇴' 한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강 원장의 '10년이 지난 일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는 발언에 대해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백 의원은 "이 사건은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이다.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을 팔아버린 사건"이라며 "기관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며 "허위 진단서로 살인을 사주한 사람이 형 집행정지를 받고 병원 VIP실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박병우 전 교수를 원장은 알고도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은 "벌금형 받은 정도만 알고 있었고, 구체적인 건 알 수 없었다"며 "규정상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사정을 알면서 규정상으로 괜찮다고 판단해 임명했다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병우 위원과 강중구 원장 둘 중 하나는 그만둬야 한다"고 압박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박 위원은 연세대 의대 동기이자 같은 모임(세도회) 회원"이라며 "강 원장은 박 위원의 탄원서를 조직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원장은 "(후배들에게 탄원서를) 요청한 적은 없다.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진료 좀 보게 해달라는 정도의 내용이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같은 대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채용 심사 회피 신청서를 제출한 심평원 장양수 진료심사평가위원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같은 상황에서 한 장 위원장은 채용 심사 회피까지 했는데, 강 원장은 동문인 문제의 의사를 직접 임명했다"며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윤길자 씨가 형 집행정지로 건보공단 일산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강 원장은 진료부원장이었다"며 "이를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복지부는 이 사안을 감사해야 한다. 아울러 박병우 위원 해촉을 포함해 원장의 인사 관여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에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사퇴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박 위원 임명과 관련해 "강 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은 "법적 흠결이 없더라도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며 "신속히 해촉을 포함한 법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