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5.20 15:45최종 업데이트 26.05.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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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백신, 약 10년만에 12세 남아로 확대…“HPV는 남녀 모두 감염되는 바이러스”

자궁경부암 넘어 남성 구인두암·항문암·생식기 사마귀 예방도 중요…“첫 성 경험 전 접종 가장 효과적”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현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HPV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이 12세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되면서 국내 HPV 예방 전략이 여성 중심에서 남녀 모두 접종으로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해외 주요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여성 청소년 대상 HPV 국가예방접종 도입 이후 약 10년 만에 남성 청소년까지 접종 대상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HPV 백신이 여성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남성 구인두암·항문암·생식기 사마귀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남성 청소년 접종이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MSD는 20일 서울 성암아트홀에서 ‘HPV 국가필수예방접종의 새 기준, 남녀 모두 접종’ 미디어 세션을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지난 5월 6일부터 12세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 시행된 HPV NIP가 국내 HPV 예방 전략에서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HPV NIP 신규 확대 대상자는 2026년 기준 만 12세 남성 청소년, 즉 201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 출생자다. 2026년 기준 초등학교 6학년인 2014년생 남자 청소년은 태어난 달과 관계없이 무료로 HPV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접종 백신은 4가 HPV 백신이다.

기존 지원 대상은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이었다. 이번 확대는 지난 10년간 여성에 한정됐던 HPV 무료 접종 대상을 남성 청소년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PV는 ‘여성 질환’ 아닌 남녀 모두의 감염병…남성도 구인두암·항문암 위험

이날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현 교수는 ‘이론적 근거에서 실천으로’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HPV를 ‘사일런트 바이러스’라고 설명했다. 감염됐다고 해서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거나 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10~20년에 걸쳐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HPV는 사람에게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암을 일으키는 것도, 바로 암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라며 “누구에게 언제 병을 일으킬지 모른 채 시간이 지난 뒤 암으로 발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침묵의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백신 국가예방접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동안 HPV 백신은 사실상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인식되면서 여성 청소년 중심의 예방접종으로 운영돼 왔다.

문제는 HPV가 자궁경부암만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HPV는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구인두암, 생식기 사마귀 등과 관련이 있으며, 남성에게도 HPV 관련 질환 부담이 존재한다.

김 교수는 “HPV 백신을 부모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표현해 왔지만, 자궁경부암만을 예방하는 백신은 아니다”라며 “남성에게 중요한 구인두암 역시 HPV와 관련이 있고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남성 HPV 감염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HPV 신고자 수는 2020년 1만945명에서 2024년 1만4534명으로 3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 신고 건수는 117건에서 214건으로 82.9% 늘었다.

또한 2014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국내 남성 4만406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전체의 59%가 HPV DNA 양성 반응을 보였다. HPV 감염이 주원인인 생식기 사마귀의 경우 2024년 국내 남성 환자는 4만8017명으로 여성 환자 9600명의 약 5배 수준으로 보고됐다.

김 교수는 “남성은 여성과 달리 HPV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기적인 검진 체계가 부족하다”며 “무증상으로 바이러스를 보유한 채 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남성 청소년 접종은 개인뿐 아니라 집단 예방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는 이미 ‘남녀 모두 접종’ 확산…청소년기 접종이 중요한 이유

해외에서는 이미 남녀 모두 HPV 백신을 접종하는 젠더 뉴트럴 예방접종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 147개국이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 사업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호주·영국·미국 등은 남녀 모두 접종을 통해 자궁경부암 퇴치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2007년 12~13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HPV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2013년부터는 12~13세 남학생까지 지원 대상을 넓혔다.

반면 국내 남성 청소년 HPV 백신 접종률은 올해 비로소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된 만큼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24년 기준 2011년생 남성 청소년의 HPV 백신 접종률은 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남자 청소년 HPV 접종이 뒤늦게 시작된 데에는 백신과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도 영향을 미쳤다”며 “만시지탄의 느낌은 있지만, 올해 5월부터 12세 남자 청소년에게 국가 지원 접종이 시작된 만큼 앞으로 접종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HPV 백신을 청소년 시기에 접종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첫 성 경험 이전 면역 확보를 꼽았다. HPV 감염이 주로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노출 이전 접종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백신은 첫 성 경험이 일어나기 전에 면역도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고 이때 효과가 가장 좋다”며 “성 경험 시작 연령을 도덕적으로 평가하기보다, 실제 현상을 바탕으로 의학적으로 가장 적절한 예방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 접종의 또 다른 장점은 면역원성이다. 면역 반응이 활발한 9~13세에 HPV 백신을 2회 접종하면 16~26세 여성에게 3회 접종했을 때와 비교해 HPV 16·18형에 대한 면역원성이 비열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어린 연령에서는 두 번만 접종해도 이후 성인에서 세 번 접종하는 것보다 면역원성이 좋게 나타난다”며 “15세 생일 이후 접종하면 3회 접종이 필요하지만, 9~14세에는 2회 접종만으로도 충분한 면역반응을 기대할 수 있어 조기 접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 접종한 백신 효과가 성인기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장기 효과 자료가 제시됐다. 한국MSD 의학부 양경천 이사는 “HPV 백신은 바이러스 유사입자 기반 백신으로 높은 면역반응과 안정적인 항체 기억을 유도한다”며 “가다실의 18년 데이터와 가다실9의 14년 데이터에서 높은 효과성이 장기간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12세는 국가예방접종 체계상으로도 중요한 시기다. 초등학교 졸업 전 필수 예방접종을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Tdap 6차, 일본뇌염 불활성화백신 5차 등과 함께 HPV 백신 접종을 안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12세는 남자 아이들의 2차 성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로,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확인하는 동시에 초등학교 졸업 전 필요한 예방접종을 챙겨야 하는 시기”라며 “HPV 백신도 이 시기에 함께 접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의료 현장의 적극적인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닌 남성 청소년이나 성인 남성도 접종 이득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 교수는 “14세 남자 청소년은 15세 미만이기 때문에 여전히 조기 접종의 이득을 볼 수 있는 연령”이라며 “성인 남성도 첫 성 경험 이후라면 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아직 노출되지 않은 고위험 HPV 유형에 대한 예방 이득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4가 백신도 암 예방 이득 분명…“향후 9가 전환 논의 필요”

현재 국내 HPV NIP에는 4가 백신이 사용된다. 김 교수는 4가 백신에 대해서도 “암에 대해 약 70%의 커버리지를 갖는다는 점에서 결코 작은 이득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9가 백신으로 전환할 경우 추가 고위험 HPV 유형을 포함해 암 예방 커버리지를 약 90%까지 확대할 수 있는 만큼, 향후 국가예방접종 백신 전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4가 백신도 암에 대해 약 70%의 커버리지를 갖는 장점이 있다. 70%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예방 이득이 분명하다”며 “9가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면 20%포인트를 더 늘려 암 예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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