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28 19:17최종 업데이트 22.11.2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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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 취소법, 필수의료 기피와 방어진료 확대...결국 피해는 국민이 본다

바른의료연구소, 2020년 의사 단체행동 보복성으로 탄생한 법안 비판…여당, 간호법과 함께 강행처리 절대 반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려는 의사단체의 반발에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에 대한 보복성 법안으로 꼽히는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안'이 재차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법안 자체의 형평성 및 사회 전반에 미칠 파급력에 대한 고려 없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올라 의료계의 반발을 샀던 법안임에도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의 법률적 문제와 더불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져 의료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는 대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해당 법안이 간호계와 보건의료계 간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간호법' 문제와 함께 재부상한 것은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며 입법부의 상식적 판단을 촉구했다.

28일 바른의료연구소가 발표한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의 문제점에 대해 분석자료에 따르면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국민이었다.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집행유예' 시 면허 취소…의사 직역 보복성 '다분'
 
2020년 8월 14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이 법안은 탄생 배경부터 매우 정치적이었다.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은 지난 2020년 8월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 원격의료 추진, 첩약 급여화 등 4대 의료 악법에 대항하기 위해 일어났던 의사 및 의대생 단체행동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던 의료 제도가 모두 막혀버리면서,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이 의료인 면허취소를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이후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21년 2월 보건복지위원회가 대안 법안을 통과시켰고, 의료와 관계된 범죄뿐 아니라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집행유예를 받은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다.

해당 법안은 발의된 이후 지속적으로 법률적 결점이 지적됐다. 의료와 관계된 범죄뿐만이 아니라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로 면허 취소 대상을 명시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다시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10년 이내에는 면허를 재교부하지 못하도록 내용이 과도한 이중처벌이라는 지적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결국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인은 의료와 관계된 범죄뿐만이 아닌 모든 범죄, 즉 교통사고 등의 문제로 금고형을 선고 받더라도 의료인 면허가 취소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개정안이 통과되면 면허 취소 후 5년이 아니라 형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야 면허의 재교부가 가능해지고, 만약 이후 또 다시 어떤 사유에 의해서든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10년간 면허 재교부가 불가하므로 실질적으로 면허가 박탈되는 수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제8조 제5호 및 제6호에는 어떤 범죄에 의해서든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제5호)',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제6호)'에 대해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재는 의료와 관련련 된 죄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만 면허가 취소되며, 선고유예 시에는 '감경된 자격정지처분'임을 고려해 면허가 취소되지 않고 오히려 자격정지처분을 감경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료와 관련되지 않는 죄를 저질러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더라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경된 자격정지처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고 구체적인 범행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면허를 취소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특히 이 법안이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음에도 변호사‧세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과의 형평성을 들고 있는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연구소는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은 변호사·세무사 등과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보호의 대상에서 큰 차이가 있다. 변호사·세무사 제도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재산권을 포함한 의뢰인의 권리이고, 의료인이 보호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다"라며 "변호사·세무사와 그 의뢰인의 관계는 변호사·세무사가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라도 이해가 상반되는 관계가 될 수 있으나,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는 그렇지 않고 오히려 환자의 이익이 의료인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의료인은 생명과 건강을 취급하는 직업적 특성상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에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인해 형사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호사‧세무사 직종과는 구별된다. 연구소는 이렇게 차이점이 큼에도 전문직이라는 점에서만 유사한 변호사법의 법규정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과실로 인한 면허 취소 우려로 '방어 진료' 만연…필수의료 기피로 인프라 붕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소는 무엇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사회적 파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미 의료인은 생명과 건강을 취급하는 직업 특성상 담당업무 수행 중에 작은 '과실'이라도 범할 경우 곧바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고, 금고형에 준하는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개정안대로 의료법이 개정될 경우 의료인들은 담당업무인 의료행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실수로 인해 언제라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연구소는 "만약 과실로 인한 사고로 면허가 취소된다면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들은 극히 방어적인 진료만 하게 될 것이고, 향후 의료인들은 필수의료에 종사를 기피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각 의료기관마다 중환자 기피, 고난이도 수술 및 시술 기피 현상이 심화돼 중증 질환의 치명률이 상승하고, 의료의 질 하락 현상이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며 "가뜩이나 존폐의 위기에 몰려있는 필수의료 분야의 인프라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고, 이로 인해 의료 시스템 전체의 붕괴가 초래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따라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필수의료 붕괴로 인해 국민이 필요한 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국민 건강에 위해가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는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이렇게 한 번 무너진 의료 인프라와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는 동구권 및 공산권 국가 등 외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절대로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대한민국은 이로 인한 후유증으로 장기간 고통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사 직역은 '간호법'으로 제외…의료 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 미칠 것
 

연구소는 이처럼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문제가 명확함에도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법이 추진되는 배경에 '정치적 연관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의료법상 의료인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에 의해 부당하게 면허권을 침해 당하는 의료인들은 다 함께 목소리를 내 이 법안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데, 유독 간호사 직역만은 이 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현재 간호계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간호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부칙 제9조에서 의료인 결격사유를 규정한 의료법 제8조에 대해 ‘각 호 외의 부분에 단서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다만, 간호사에 대하여는 '간호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명시돼 있다. 

연구소는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과 간호법이 동시에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하면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의 대상에서 간호사 직역은 제외된다. 이 때문에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에 간호직역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빠른 패스트트랙 강행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결국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법이 실질적으로 의사 직역을 타깃으로 만든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이러한 의료인 면허권에 대한 보장은 의료 선진국이라면 어디서나 유지하고 있는 제도이다. 고의에 의하지 않은 과실에 의해서나 의료와 관계없는 문제로 처벌받는 경우 등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든 쉽게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 면허를 가진 전문가는 소신 있게 일할 수 없고, 해당 직종은 직업적 안정성이 약화되는 직종이 돼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을 기피하게 될 수 밖에 없다"며 "향후 의료 시스템의 붕괴 및 의료의 질 저하는 피할 수 없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어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이 또 다른 악법인 간호법과 함께 국회의 문턱을 넘게 되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과 사회 전반에는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이 초래된다"라며 국회가 해당 악법들을 폐기해 줄 것을 촉구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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