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해법으로 AI 전환(AX)을 본격화하고 있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빅테크와 AI 전문 기업,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임상·제조·진단·헬스케어 전반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의약품 생산 실적은 32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의약품 수출 증가에 힘입어 무역수지도 3년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다만 보고서는 향후 지속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제조·품질·임상 전 과정에서 디지털 전환과 외부 협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AI 역량을 보유한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최근 종근당과 차바이오텍은 LG CNS와의 협업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종근당은 내부 품질·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차바이오텍은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와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LG CNS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 개발사업(R&D)'에 용역기관으로 참여해 AI 기반 신약개발 임상시험 설계·지원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종근당은 LG CNS의 에이전틱 AI 플랫폼 '에이전틱웍스(AgenticWorks)'를 활용해 연간 품질평가 보고서(APQR) 작성 업무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제품 1건당 보고서 작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으나, 에이전틱 AI 기반 APQR 자동화 서비스 도입 이후 문서 생성 시간이 기존 대비 90% 이상 단축됐다.
차바이오텍은 LG CNS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양사는 LG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의료·유전자·생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헬스케어 전용 소형언어모델(sLLM)을 구축하고, 그룹 전반의 클라우드 전환과 스마트 빅데이터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치료제 생산 인프라의 AI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협력은 내부 업무 혁신에 그치지 않고 진단과 신약 개발, 치료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엔젠바이오는 LG AI연구원의 정밀 의료 AI 모델 '엑사원 패스(EXAONE Path) 2.0' 라이선스를 도입해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탐지 모델을 본격 도입한다. 이 모델은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비소세포폐암(NSCLC)의 핵심 바이오마커인 EGFR 변이 여부를 신속하게 예측할 수 있어, 기존 유전자 검사 대비 진단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 예측에 활용되는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과 종양 변이부담(TMB) 예측 솔루션으로 범위를 넓혀 AI 기반 바이오 융합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자료=유한 R&D_DAY 발표 자료 중 일부.
유한양행은 온코마스터, 휴레이포지티브와 협력해 AI 기반 치료 반응성 예측 플랫폼을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도입했다. AI와 멀티오믹스 기반 분석을 통해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타깃 암종과 환자군을 정밀하게 선별함으로써 연구개발 효율성과 임상 성공 확률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또한 유한양행은 AI 신약개발 고도화를 위해 AI 플랫폼 '유-니버스(Yu-NIVUS)'를 2027년 1분기까지 구축한다. 회사는 유-니버스를 통해 후보물질 설계·선별·분석을 통합하는 데이터 기반 연구 체계를 구축한다.
구체적으로 AI 생성모델을 이용해 구조를 생성·확장해 우수 후보물질 구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합성가능성 예측 등을 통해 우수 후보물질 우선순위를 메긴다. 또한 화합물 구조에 따른 약물 활성 분석과 3D 결합 구조 예측을 제공·시각화해 후보물질 연구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후보물질 최적화 과정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신약개발 초기 단계의 속도와 정밀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JW중외제약은 자체 AI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적응증 탐색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미국 템퍼스AI와 협력해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와 임상 데이터를 활용한 항암 신약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자체 AI 역량과 글로벌 정밀의료 기업의 데이터·분석 기술을 결합해 전임상과 임상 간 연결성을 높이고 개발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