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충원과 정부 지원 없이는 주4일제 불가능"...복지부 "간호인력 충원시 수도권, 대형병원 이동 등 파급효과 고려해야"
세브란스병원 이강영 병원장이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병원 현장에 주4일제를 온전히 정착시키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브란스병원 이강영 병원장은 12일 더불어민주당 이학영∙박주민∙김주영 의원 등의 주최로 열린 ‘병원 노동시간 단축과 일과 삶의 균형 해법 모색, 주4일제’ 국회 토론회에서 주4일제 도입 후 현장의 변화와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은 2023년부터 일부 간호사를 대상으로 국내 병원계 최초의 주4일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주4일제 근무자는 기존 급여의 90%가량을 받는다. 시범사업 평가 연구에서는 주4일제 근무자들의 퇴사율이 줄고 환자 만족도가 높아지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다.
이 병원장은 “3교대 간호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주4일제의 경험은 구성원들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조직 문화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며 “그러나 현실적 과제도 함께 마주해야 했다”고 했다.
이어 “필수, 공공 서비스를 담당하는 병원의 특성상 인력 충원 없이는 주4일제를 온전히 정착시키기 어려웠고,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기관으로선 적지 않은 고민이었다”고 덧붙였다.
5개 병동서 인건비만 12억 투입…병원∙노동자 윈윈 구조 필요
이 병원장은 “그럼에도 세브란스병원은 언제나 의료계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역할을 했던 사회적 책임을 갖고 이 제도를 지속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개별 기관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주4일제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 권영식 인사국장은 "5개 병동에서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인건비만 12억원 정도가 들어갔고, 후생복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여기에 더해 20%의 비용이 더 투입됐다"며 "지난해 의정사태로 병원의 수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 사업을 끌고 갔던 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병원도 주4일제의 확대∙지속에 동의는 하지만 병원과 직원이 함께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향후엔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고민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병원 노동시간 단축과 일과 삶의 균형 해법 모색, 주4일제' 토론회.
복지부 "주4일제 확산 시 간호 인력 확충∙수도권 대형 병원 쏠림 등도 고려"
한국노동연구원 손연정 연구위원은 의료기관의 인력 충원을 위한 지원 필요성을 주장했다. 손 위원은 "인력 충원이 동반되지 않으면 주4일제 확대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제도의 실질적 확산을 위해선 인력 충원과 관련해 일정 수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국가적 차원에서 인력 충원 체계를 전략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주4.5일제 도입 등 전 산업 분야에서의 근무일수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의료 현장의 경우 주4일제 도입이 미칠 여러 파급 효과를 함께 고려하며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박혜린 간호정책과장은 "보건의료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365일 계속해서 돌아가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기존 근로자들의 근무일수가 줄어들면 반드시 인력충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간호계에 숙원인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줄이는 정책까지 동시에 추진한다고 했을 때 엄청난 간호 인력 확충이 필요해지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추후에는 주4일제 도입에 따른 간호 인력의 이동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사업은 보통 세브란스병원같은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병원들이 인력 확충에 나서기 시작하면 중소병원이나 지방 소재 병원들의 간호 인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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