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12월 24일 시행 예정인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하위법령 제정을 앞두고,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는 현장 수요와 실증 데이터를 반영한 과학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2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비대면진료 제도는 직역 간 이해관계의 타협이 아니라 실제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정부는 하위법령 논의 과정에 중개매체의 공식 참여를 보장하고, 환자와 의료인의 실증적 데이터가 제도 설계에 기여할 수 있는 의견 수렴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산협은 앞서 4월 7일 보건복지부에 '비대면진료 산업계 협의체 구성 요청'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4월 16일에는 하위법령 제정과 관련한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원산협은 정부가 하위법령을 통해 초진 환자의 처방 가능 일수를 7일로 제한하고, 탈모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 처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언론과 국민에게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산협은 하위법령 설계 과정에서 비대면진료 중개매체가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난 6년간 시행된 비대면진료 약 1500만건 중 절대다수가 중개매체를 통해 이뤄졌다.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국민 수요와 참여 의·약사의 현장 경험 등 실증적 데이터를 보유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수렴·대변하는 주체는 중개매체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는 의약계 직역단체와만 실질적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비대면진료에 대해 가장 실증적인 정보와 지식을 가진 주체를 배제한 채 만든 정책은 현장과 동떨어진 규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원산협은 초진 비대면진료 제한이 의료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모든 국민이 기존에 방문했던 병원에서만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전국 1차 의료기관 중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는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상황에서, 평일 낮 대면진료 이용이 어려운 직장인과 사회초년생 만성질환자들은 초진 비대면진료를 통해서만 처방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장기 지속 복용이 필수적이고, 대면진료가 여의치 않은 경우 비대면 초진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며 "기존 방문 이력이 없다는 행정적 조건만으로 이들의 이용을 일률 제한하는 것은 이제 막 법제화된 비대면진료를 사실상 무용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산협은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기간인 2024년 3월 1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 중개매체 이용 환자의 약 80%가 행정적으로는 초진에 해당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중 약 60%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아토피·여드름 등 피부질환자, 탈모환자 등 이미 진단받은 질환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려는 환자로, 기존 이용 병원이 중개매체에 등록돼 있지 않거나 비대면진료를 제공하지 않아 초진으로 집계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원산협은 "행정 기록상 초진일 뿐, 의학적 실질은 기 진단 질환의 연속 관리에 가깝다"며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한 채 처방일수를 7일로 일률 제한하면 사실상 중개매체 이용 환자의 60% 이상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원산협은 "실제로 고혈압 환자의 73.0%, 탈모 환자의 95.1%가 1회당 30~90일치 처방을 받았고, 7일 이상 처방을 받은 환자 비중은 전체의 60%를 초과한다"며 "이는 반복 관리가 필요한 질환 특성에서 비롯된 수요다. 특히 안드로겐성 탈모증은 치료제 중단 시 수개월 내 효과가 소실되는 만성 관리성 질환으로 지속 복약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행정적 초진이라는 이유만으로 탈모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 처방까지 제한한다면 반복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을 근거 없이 오남용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의사가 문진과 진료를 통해 내린 전문적 처방 판단을 행정 기준으로 대체하는 것은, 비대면으로라도 의료에 접근할 수 있었던 수많은 국민의 의료접근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산협은 처방일수 제한 역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원산협은 "이미 의사는 자율적 판단을 통해 질환 특성에 맞는 적정 처방을 제공하고 있다"며 "감기 등 단기 치료 증상은 86.5%가 7일 이하로 처방되고, 내과는 7일 이하 26.6%, 30일 초과~90일 이하 48.7%까지 다양하게 분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7일 초과 처방에 임상적 위험이 있다는 근거는 없다"며 "오히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한시적 허용 기간 중 3661만 건의 진료에서 의료사고는 5건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6년간 의사의 판단 아래 90일까지 안전하게 운영돼온 처방일수를 임상적 근거 없이 7일로 축소하는 것은 어떤 데이터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산협은 "시범사업보다 후퇴한 규제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보다 행정 기준을 우선시하는 것"이라며 "비대면진료 정책은 실제 현장 데이터를 보유한 주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