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14 16:51최종 업데이트 24.02.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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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발표 후 살얼음판 같은 응급실…의료사고 위험 속 "누가 첫 타자?"

파업 등 인력공백 시 의료사고 위험 높은 응급실…'수용곤란 고지 지침'으로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 더 커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연일 강대 강으로 대치하는 속에 생명이 오가는 응급실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의사 파업 시에도 '중증 응급' 분야인 응급실은 정상 가동되지만, 정부의 강압적인 태도에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되면서 인력 공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불안감으로 응급실에서도 사직서가 제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한림대성심병원)은 14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이 시국에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응급실일 가능성이 높다. 응급실은 항상 의료사고에 노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모두 응급실 탓이라고 돌려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인근 응급의료기관이 모두 수용 곤란을 고지하더라도,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해당 환자를 무조건 받도록 하는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지침'을 마련해 최종 검토중이다. 

문제는 수용 능력이 없어도 환자를 받은 응급실로서는 해당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할 수 없어 해당 환자에게 악결과가 생길 가능성이 높지만, 강제로 환자를 떠맡게 된 병원에 대한 보호조치는 없다는 점이다.

만약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거나 개별 사직서를 제출해 병원에 인력 공백이 생길 경우, 아무리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있어도 이후 진료가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 사고의 위험은 더욱 높다.

그간 정부는 일련의 '응급실 뺑뺑이' 사건에서도 그 환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수용 곤란 사유로 환자를 거부한 의료기관에게 물어왔다.

이에 응급의학과의사회는 혹시 모를 응급실 의료사고 등에 대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응급의학과 의사들에 대한 긴급 법무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응급실 안에서도 사직서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의사 파업이 아니라 의사들의 포기다. 병원은 의사 한 명이 자기 일만 해서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자기가 해야 할 일보다 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환자가 아니라도 다른 환자가 위급하면 봐줘야 하고, 오프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으면 나가야 한다. 의사들이 자기 몫의 배를 해줘야 돌아가는 게 병원인데 정부가 이런 식으로 의사들을 포기하게 만들면 자리는 채워져 있을지라도 그 병원은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대로 2020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았고, 이는 회원국들의 평균 5.9회의 2.5배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해외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진료를 보는 것의 몇 배는 더 일을 해 온 것이다.

이 회장은 "정부의 강압적 정책과 태도에 의사들은 내가 왜 욕을 먹어 가면서까지, 이 힘든 일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남아있던 사명감과 일에 대한 자부심마저 사라지고 있다. 기계적으로 일을 할 순 있을지라도 의사들이 포기하는 순간 우리나라 의료는 무너진다. 그 피해는 우리 후손들이 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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