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4.09 06:53최종 업데이트 19.04.0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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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케어,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 아닌 노인의료와 통합 돌봄에 필요한 의사 양성을

네덜란드는 노인요양 전문 의사제도, 프랑스는 의료서비스 의무조정관 제도 등 의사가 조정자 역할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가 올해 6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관련 전문 학회는 정부가 주도하는 커뮤니티케어의 실체 파악과 의협 소속 의사 회원들에게 미칠 영향 분석으로 매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일본식 커뮤니티케어로 둔갑돼 유입되기 시작한 통합 돌봄(integrated care)은 고령화 세대를 우리보다 훨씬 일찍 맞이한 부유한 유럽국가에서 시작됐다.

특히 선발 주자격인 네덜란드의 고령인구에 대한 주거 및 의료 통합 제도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통합 돌봄 제도를 통해 이 분야에서 이미 국제적 리더 역할로 특화시켜 나가고 있다. 

안정적 재원 마련이 중요한 통합돌봄, 의료복지와 사회복지의 통합 

통합 돌봄을 위한 국제조직으로는 국제통합돌봄재단(International Foundation for Integrated Care)이 결성, 운영되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적 학문 발전을 위해 통합 돌봄 국제 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Integrated Care)도 창간이 되어 19년째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1년에 국제 규모의 학술조직이 통합 돌봄을 중심으로 결성돼 올해 학술대회는 19회째를 맞았다. 올해 국제 학술대회는 스페인 바스크지방의 산세바스찬에서 개최됐고 여기에 약 1400명 이상이 등록한 것으로 주최 측은 집계했다. 오는 2020년에는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2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의미 있고 성대하게 준비되어 개최될 예정이다. 

필자는 이번에 처음 국제통합돌봄재단 국제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학술대회를 통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부유한 백인들의 잔치로 보였다. 그나마 눈에 띤 아시아인은 통합 돌봄을 이미 정착시키고 있는 싱가포르의 중국계 인사 몇몇이 전부였다. 사흘간 개최된 학술대회는 매일 5~11개의 워크숍과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이처럼 국제학술대회가 백인들의 전유물로 비춰지는 배경에는 통합 돌봄 제도 자체가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이 운영하는 곳이 많고, 고령화 사회에 일찍 진입한 유럽에서 먼저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정부(European Commission)의 지원 하에 많은 회원국에서 다양한 통합 돌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연유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른바 통합 돌봄 제도는 건강보험제도나 요양보험 제도 등 구획이 각기 따로 따로 분리 운영되는 체제하에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효율적 대처방안이다. 기존의 다양한 의료복지와 사회복지제도를 하나의 연계선상에서 통합하기 시작한 것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돌봄 대상 또한 몸이 쇠약해진 고령자를 비롯해 사회 취약계층과 장애인들을 우선 대상으로 선정한다. 사회적 지원과 의료정책을 통합적으로 마련해 통합 돌봄 제도 자체가 필요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발전하고 진화해 나가도록 사람 중심의 제도로 고안해 낸 선진제도로 볼 수 있다. 

현 시대의 흐름은 고령자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분명한 자기 의사결정을 통해 독립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만일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차등을 두어 보다 더 세심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주거 형태와 의료, 사회복지가 하나로 통합돼 원스톱으로 운영되도록 설계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안정적인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당면과제이다. 통합 돌봄 제도의 운영을 위해 세세한 통합과 연결을 위한 세부 장치는 각 지역사회에서 그리고 의료와 사회복지를 총괄하는 각종 기구와 시계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형성되고 있다. 통합 돌봄이라는 제도는 각 나라마다 수준과 범위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의료와 사회복지, 교육을 연계하는 조정자 역할 필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통합적 개념의 돌봄 서비스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만성질환 관리의 통합에서부터 넓게는 규모가 있는 소위 ‘의료화 된 주택시설’과 고령 노인들을 위한 주택단지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건강보험이나 장기 의료보험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사회적 비용이 요구되고 있다.

의료적 측면에서는 고령자들을 위한 사용자 위주의 다양한 대책으로 이제까지 감소추세에 있던 재택진료인 방문 진료와 왕진의 부활도 예고하고 있다. 기존의 요양병원과는 달리 또 다른 단위의 의료화 된 주택,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중간 단계인 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복합의료시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와 사회복지, 교육과의 연계를 위한 여러 형태의 조정자 역할과 협력자, 그리고 실제 삶의 현장에서 요구되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진료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새로운 형태의 전문 직능과 일자리 창출을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제도 자체가 지니고 있는 복잡성과 다양한 질병을 동시에 갖고 있는 고령자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쾌적한 형태의 의료제도를 조정하고 설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통합 돌봄으로 탄생하는 새로운 직역인 조정자나 관리자가 하는 일은 결국 1, 2, 3차 진료의 연계와 재택의료까지 모두 포괄하는 것이어서 의료분야의 통합만 가지고도 만만치 않은 역량이 요구된다. 사회적으로도 통합 돌봄 서비스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역량을 요구할 것이다.

여기에 사회복지가 연결되면 더욱 다양한 조정자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운영되는 직능별 조정자의 종류도 다양하여 의사 조정자, 간호사 조정자, 약사 조정자, 사회복지 조정자 등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에 따라 통합 돌봄의 형태와 질이 결정되고 있다. 

노인과 통합 돌봄에 필요한 의사 양성부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령층을 위한 의료복지에 대한 의사의 역할이다. 이 분야에 일찍 눈을 뜬 네덜란드는 노인요양전문 의사 제도로 출발해 현재는 통합 돌봄에 대한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랑스는 노인복지와 사회복지가 결합됐을 때 이러한 시설에서의 노인복지에 대한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질 관리에 대한 감독과 다양한 의료서비스의 조정을 위한 의무조정관(Medical Coordinator)제도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통합 돌봄이 이제 국제적 추세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제 명확한 개념으로써, 실천적 대안으로써 통합 돌봄은 이제 의과대학 교육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아직 통합 돌봄이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낙후된 직종 간 교육(IPE Inter-Professional Education)도 활성화해야 하는 별도의 과제를 안고 있다. 

통합 돌봄에 적합한 역량을 갖춘 노인과 통합 돌봄에 정통한 의사를 동시에 양성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다양한 임상과목 전문의가 직무현장에서 실무를 바탕으로 구조화되고 체계적 보수교육을 통해 ‘통합 돌봄 인정의’ 과정도 만들어야 한다. 

조정자 역할에서의 일반의(가정의)역할은 통합 돌봄 제도 하에서 의미가 커지고 있고 강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러한  통합 돌봄과 1차 진료의 강화와 곁들여 사람 중심의 통합 돌봄 의료서비스(integrated people-centered services)라는 주제와 회원국 모두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례를 보면 고도의 전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의료의 주도권(Health Governance) 역시 관제 형태로 정부가 전권을 쥐고 모든 의료영역과 의료인들을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방침대로 끌고 나가는 선심성 짙은 정치 사안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문가를 존중하고 전문가를 우대하는 소위 ‘전문가주의’가 취약한 나라에서는 언제나 관제주의가 전문가주의를 압도해 우월적 지배 현상을 보이고 있다. 통합 돌봄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방식과 적절한 지배구조는 협업과 협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종적 횡적 융복합을 이뤄야 한다. 만일 정부의 일방 통제와 지휘체제 하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시행된다면 선진 통합 돌봄 제도는 말 그대로 허울뿐인 무늬만 있는 엉성한 제도로 전락할 개연성이 매우 농후하다.   

의료기술 분야에서 이미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으나, 국제화 지수에서는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계로서는 선진국들이 박차고 나가는 지향점을 따라잡기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계는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 고령화 사회 등 보건의료 분야 대변혁의 거센 물결이 밀려오고 있음을 스스로 감지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과 선제적 입장에서의 정책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점차 담론이 형성되고 있는 통합 돌봄과 관련해 국제 학술대회 참가를 계기로 우리나라 정부와 의료계가 지향해야 되는 선진 정책 방향은 어디에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리고 우리의 국제화 수준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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