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2.25 07:10최종 업데이트 22.02.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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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미만 코로나 확진 15%, 중증환자 대비책 미흡했다...소아과 인력난까지 겹쳐 이중고"

소아감염학회 김윤경 홍보이사 "7개월 환아 사망에 소아과 의사들 실의...1차의료기관 진료 참여토록 지원해야"

대한소아감염학회 김윤경 홍보이사. 사진=고대안산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소아 중증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했다. 학회도 입장문 등을 통해 목소리를 냈는데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아 사망으로 모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실의에 빠져있는 상태다.”

대한소아감염학회 김윤경 홍보이사(고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는 24일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된 생후 7개월 환아가 이송중 사망한 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해당 환아는 확진 판정을 받고 수원에서 재택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주변 10여개 병원에 전화를 돌렸으나,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없었고 아이는 고대안산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소아 중증환자 증가 예견에도 대책 마련 ‘미흡’…건강한 소아 백신 접종 적극 권고도 어려워

소아 중증환자의 증가는 예견된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소아들의 경우 코로나19에 확진되더라도 중증으로 이어지거나 사망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 하지만 환자의 절대적인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중증환자 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에 앞서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은 나라들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급증하며, 중증환자도 덩달아 증가했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월 첫째 주 코로나19  확진자 중 소아 코로나19 환자가 58만명에 달했고, 전체 어린이병원 중 5분의 1은 소아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이 95%를 초과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4일 기준 신규확진자 17만 16명 중 0~9세 소아가 14.37%(2만 4425명)를 차지하는 등 소아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0~6세 연령의 경우 지난주 10만명당 발생률이 직전주 대비 2.2배(118.5명→265.2명) 뛰었다. 지난 22일에는 코로나19로 재택치료 중이던 7세 여아와 4개월 남아가 사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소아 중증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전문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도 생후 7개월 환아의 이송 중 사망 사건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인정했다.

김 교수는 “각 병원마다 소아 중증환자를 볼 수 있는 병상 숫자는 굉장히 제한돼 있는데, 최근 환자가 급증하는 데다 인력난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뿐 아니라 다른 질환으로 입원해 있는 다른 소아중환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성인이나 청소년들은 감염과 위중증 위험을 줄여주는 백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소아들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그간 소아가 접종 가능한 백신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화이자의 5~11세용 코로나19 백신을 허가했지만 소아들의 접종을 적극 권고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김 교수는 “이 연령층에선 백신접종의 이득이 위험을 압도적으로 상회하지 못하기 때문에 건강한 아이들까지 모두 백신을 맞으라고 권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학회의 공식 입장도 고위험군이나 고위험군과 동거하는 경우에는 백신을 권장하지만, 그 외 건강한 소아에 대해선 개인의 선택으로 남겨놓고 있다”고 했다.

중증환자 급증 속 1차의료기관 지원 필요…100명 남짓 소아감염 전문의 인식도 제고해야

김 교수는 결국 1차의료기관들이 소아 코로나 환자들을 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대학병원만으로는 늘어나는 환자들을 감당하기 어려운만큼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력들이 코로나 환아 진료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병원에만 의존하거나 특정 지역의 특정병원에만 의존해서는 환자 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며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1차의료기관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게 방역당국에서 실질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소아감염 세부 분과에 대한 인식이 제고될 필요가 있단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소아감염 분과 전문의는 100명 남짓인데 그 중에서도 실제로 학회 등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대학병원 중에도 소아감염을 세부 분과로 하는 전문의가 없는 곳들이 많다”며 “환아가 소아감염 전문의에게 코로나 진료를 받기는 굉장히 어렵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내과의 감염 분과가 소아감염 분과를 도맡을 수 없는데, 그동안 감염관리 측면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항암치료 시나 이식센터, 신생아∙소아중환자실 등에선 특히 감염성 질환 관리가 중요한데, 최소한 이런 시설을 운영하는 병원만이라도 소아감염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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