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0.12 13:37최종 업데이트 25.10.12 13:37

제보

위탁 검체검사 수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위탁검사관리료 축소 및 폐지 원점에서 재검토 필요...채혈행위료 신설하고 소아·노인 등 고난이도 채혈 가산해야

[칼럼] 김재연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부의 일방적인 위탁검사관리료 축소 및 폐지 방침은 의료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수십 년간 지속된 수가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책임을 일선 의료기관에 전가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

의료계는 오는 10월 22일로 예상되는 건정심 안건 상정을 유예하고, 모든 관련 현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는 단순한 반대가 아닌, 국민 건강 증진과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합리적인 보상 체계 구축이라는 대의를 위한 건설적인 제안이다.

기존 위탁관리료 존폐 논쟁을 넘어 검체 채취부터 결과 설명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의료인의 전문성과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새로운 5개의 핵심 수가 신설을 협상 의제로 제안한다.

1. 채혈행위료 (Phlebotomy Fee) 신설

현재 채혈은 별도의 수가가 없는 '무형의 행위'로 취급돼 검사료에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채혈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명백한 의료 행위이며, 감염 관리, 소모품 사용, 인력 투입 등 상당한 자원이 소모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 외래환자 1인당 표준 채혈 시간은 4분 이상 소요되며, 임상병리사 1인이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건수는 100건으로 분석될 만큼 노동 집약적인 행위다. 

채혈 행위의 독립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채혈행위료'를 신설해야 한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CPT 코드(예: 36415 - Routine Venipuncture)를 통해 별도 보상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준에도 부합하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보다 높은 초진료를 책정하여 기본적인 의료 행위의 가치를 보장하고 있다.

2. 고난이도 채혈 가산 (Fee for High-Difficulty Phlebotomy) 

소아, 노인, 혈관이 약한 환자 등에서의 채혈은 성인에 비해 훨씬 높은 숙련도와 더 많은 시간, 추가 보조 인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소아 채혈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의료진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환아 및 보호자의 불안을 동반하는 고난이도 행위다. 현재 이에 대한 보상은 전무한 실정이다.

소아·노인 등 특정 환자군에 대한 '고난이도 채혈 가산'을 신설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소아 진료의 어려움을 인정하여 진찰료, 입원료, 마취 및 수술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령 가산을 적용하고 있다. 채혈 행위에도 이러한 정책적 일관성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3. 검체 관리료 (Specimen Management Fee)

채취된 검체는 분석 전까지 정확한 결과를 위해 적절한 용기 사용, 보관, 원심분리, 이송 등 엄격한 품질 관리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검사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필수적인 단계이지만, 이에 대한 보상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

검체의 접수, 처리, 보관, 이송 등 품질 관리에 투입되는 자원과 노력을 보상하는 '검체 관리료'를 신설해야 한다. 이는 의료기관의 검사 질 향상 노력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검사 결과의 정확성을 높여 국민 건강에 기여할 것이다.

4. 감염예방 관리료 (Infection Prevention & Control Fee)

채혈 과정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혈액 매개 감염의 위험을 내포한다. 안전한 채혈을 위해 일회용 장갑, 알코올 솜, 안전 주사기 사용 및 의료 폐기물 처리 등 철저한 감염 예방 활동이 필수적이며, 이는 모두 비용을 수반한다.

채혈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염 위험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활동을 보상하는 '감염예방 관리료'를 신설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요양병원 등에 감염예방·관리료 수가를 신설하여 감염 관리의 중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이를 일차의료기관의 기본 행위인 채혈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5. 검사 설명료 (Test Result Counseling Fee)

의사는 단순히 검사를 처방하는 것을 넘어, 검사 전 필요성을 설명하고 검사 후에는 그 결과를 환자의 상태에 맞춰 해석하고 치료 계획을 상담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지적 노동과 상담은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치료 효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의료 행위지만, 현재는 짧은 진찰료에 묶여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검사 전후에 이뤄지는 의사의 전문적인 설명과 상담 행위에 대한 '검사 설명료'를 신설해야 한다. 정부 스스로도 만성질환, 금연 치료 등에서 교육상담료 시범사업을 확대하며 상담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검사 결과에 대한 상담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상담 행위이므로, 별도 수가를 통해 보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결론: 미래 의료를 위한 건설적 대안 제시

의료계가 위와 같이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단순히 삭감된 수가를 보전해달라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현재의 불합리한 수가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의료 행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더 안전하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제안이다.

정부는 더 이상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의료계와의 신뢰를 훼손하지 말고, 즉시 위탁 검체검사 관련 논의를 원점에서 시작해 의료계가 제시하는 합리적인 대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