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9.28 08:44최종 업데이트 25.09.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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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후보 "'알빠노' 전공의 사회, 대통합 이루겠다"

제28대 대전협 회장 선거 인터뷰①: 기호 1번 이태수 후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3년차

제28대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선거 기호 1번 이태수 후보.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제28대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이태수 후보는 현 시대를 관통하는 단어로 '알빠노'를 꼽았다.  이는 국가 혹은 사회, 내가 속한 집단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가 아니라는 신조어로, 개인주의가 강조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다. 

특히 의정갈등을 겪으며 최근 전공의들 사이에선 소위 '알빠노' 마인드가 커지고 있다. 1년 반이나 병원을 떠나 나름의 소신을 갖고 투쟁했지만, 시간에 쫒겨 원하는 바를 성취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복귀하면서 이제 다들 집단의 이익 보단 내 이익을 우선하게 된 것이다. 

부정적인 현상만으론 볼 수 없지만 각자 흩어저 살길만 찾다보면 내부 분열이 가속화하고 결국 또 다른 의정갈등 상황이 반복됐을 때 전공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이태수 후보의 견해다. 

그는 우선 전공의 '대통합'을 이뤄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다. 특히 장기 프로젝트로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낼 때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사회 연대' 또한 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우리는 정말 환자를 위하는 이들인데 그동안 환자 진료만 했지, 우리의 생각과 활동을 사회 전방위적으로 알리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부족했다. 우리가 움직일 때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들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다시 우리가 움직이더라도 사회적으로 공감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향후 전공의법 개정 방향과 관련해 "전공의 업무시간 등을 모두 전공의법 안에 의무적으로 묶기 보단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은 병원 내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대전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이태수 후보와의 메디게이트뉴스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Q.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해달라.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 인턴을 한 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전공의 3년차가 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아예 연관이 없는 사람이지만 의정갈등 이후 사태 해결을 위해 손을 놓고만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해 외부에서 여러 분들을 만나고 다녔다. 

의견이 같거나 혹은 다른 이들과 줄곧 소통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내부 의견 조율 없이는 더 이상 대전협이 나아가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전협은 돈이 많은 조직도 아니고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일을 하지 않는 것 말곤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만 이 방법은 환자, 전공의 모두에게 손해이고 이득 보는 사람이 없다. 이런 방법으로 앞으로도 대응하는 것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지에 대해선 항상 의문이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전협이 나아갈 방향에 기여하고 싶어서 출마하게 됐다. 

Q.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출마가 꺼려지진 않았나. 

현재 시대를 관통하는 단어는 '알빠노'라고 생각한다. 다들 각자 살길만 찾아 흩어진다면 내부 분열이 더욱 가속화되고 결국 좋지 않은 결과가 도래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얼굴과 이름이 팔리는 일이 두렵고, 낯설기도 하지만 내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았다면 후회할 것이다. '그 참여 방법이 꼭 대전협 선거였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있긴 하지만, 나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많이 의논해 봤으면 한다. 

Q. 출마를 준비하며 꼭 이루고 싶다는 공약이 있다면.

의사 집단도 마찬가지지만 특별히 전공의 집단은 힘이 없다. 그렇다 보니 힘들다는 얘기를 해도 사회적으로 공감을 잘 받지 못한다. 결국 실질적으로 협상을 하거나 대화의 장을 열었을 때 전공의 의견이 수용될 가능성이 적다. 이에 우리와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의 많은 분들을 만들려고 한다.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 있지만 전공의들이 움직일 때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이 이젠 꼭 필요하다. 

Q.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이라고 언급해줬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사회 전반적으로 전공의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을 만드는 것이다. 재활의학과를 예로 들면 척수손상환자 환우회 같은 단체가 있다. 이들은 의사와 서로 어려움이 있을 때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관계다. 우리는 정말 환자를 위하는 사람들인데 그동안 환자 진료만 했지, 우리의 생각과 활동을 사회 전방위적으로 알리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들을 해보고 싶다. 

Q. 이번 의정갈등 사태를 겪으며 의료계 내부 갈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향후 이 문제는 어떻게 정리하고 싶은가.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지만 항상 적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 이 때문에 우선 타겟 설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이번 사태 과정에서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감정이 상하고 친구들끼리 싸우고 연인끼리 헤어지는 사례를 많이 봤다. 아직 감정이 다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겠지만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서로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  

 


Q. 기존 대전협 비대위에 대한 견해는.

사실 비대위가 안타까운 면도 있고 답답하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비대위 임원들도 본인의 욕심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거나 전공의들을 매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서로 놓여 있는 상황이 다르고 삶의 기준이나 가치가 다르다. 특히 사태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시간 제한이 있는 싸움을 하다 보니 의사소통 과정이 위험하기도 했고 어쩔 수 없는 결정들을 했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젠 좋고 나쁨을 떠나서 불만이 있었다면 조용히 있다가 뒤에서 불평만 하기 보단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본인 얼굴와 이름을 열고 고생했던 사람들에게 함부로 평가하고 싶진 않다.

Q. 앞으로 전공의 노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효과가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전공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투쟁 수단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을 너무 오래 하지 않으면 무단 파업이 되거나 사직 상태가 되는데 사직 상태가 되면 전공의 수련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투쟁을 한다는 사회적 명분도 약해진다. 

파업을 하려면 어쨌건 법적으로 노조가 있어야 하지만 병원별로 노조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다만 이번에 동력이 생기면서 노조를 만들 수 있었고 이는 언젠간 했어야 하는 일이다. 전공의 뿐 아니라 교수나 병원 직원들도 형식적으로 노조가 있어야 한국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다만 모든 노조가 그렇지만 좋은 의도로 출발해서 중간에 변질되는 과정을 앞으로 조심해야 될 듯하다. 

Q.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최근 전공의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전공의법 개정에 대한 견해는.

법 개정은 조심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하루 평균 12시간 근무를 하면 일주일에 60시간이 된다. 이때 주말에 당직을 하루 서면 24시간이 돼 버려서 시간이 오버되서 반씩 나눠서 서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토요일에 몰아서 일하고 다음 주 토, 일을 다 쉴 수 있지만 지금은 이번 주 토, 다음 주 토를 모두 당직을 서야 한다. 병원 내에서 몰아서 쉬자고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법으로 근무 상한을 의무화해버리면 병원 사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비슷한 맥락에서 빚이 많아서 당직을 더 서고 싶더라도 근무시간 제한 때문에 일을 못하는 사례도 생긴다. 현재 근무시간이 계속 줄어 기본급이 거의 최저시급에 가깝게 나온다. 앞으로의 전공의법 개정에 있어선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즉 어디까지를 전공의 인권으로 보고 어디부터를 자율에 맡길 것인지를 전공의 내부에서 합의해야 한다고 본다. 이 부분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싶다. 

Q. 진료지원간호사(PA)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학생 때는 PA문제에 있어 아무래도 의사가 환자를 먼저 보고 간호사로 인해 환자에게 위해가 생기면 안 된다고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물론 의사가 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모든 의료행위는 교수가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만 해야 한다. 

PA와 관련해서 전공의들과 얘기를 해보면 PA가 수련에 방해가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PA가 단순 직무를 처리해줘서 업무에 집중을 하기 좋아졌다는 반응도 있고 동시에 반대 의견도 있다. 간호법 시행규칙이 아직 정립이 되지 않아 이 부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 지가 관건인데 사실 병원에서 어떤 식으로 근무형태를 짜고 계약을 해서 PA를 운영할 것인지도 문제다. 

당연히 전공의 수련에 방해가 될 정도로 업무 분장이 이뤄진다면 중재가 필요하겠지만 피해가 없는 선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흉부외과 등 과는 PA가 없다면 전공의는 현재 잡무만 해야 되는 상황이다. PA가 수련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무턱대고 없애자고 하는 것 보단 과별로, 케이스 별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Q. 수련환경 개선 정책 방향성에 대한 견해는.

미국에서 전공의 연속 시간 근무를 제한하는 법은 전공의 요청이라기 보다 잠을 자지 못한 전공의의 오판으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제정됐다. 사실상 전공의법은 전공의 권리를 위한 법이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한 법이라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전공의법 개정은 전공의들이 어느 정도 휴식을 해야 근무에 지장이 없는 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은 얼마나 쉬어야 다음 날 근무에 지장이 없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업무시간에 대한 공통의 기준을 세우기 힘들다.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수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전문의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이수 교육 시간이 있는데 이 부분이 과별로 다르다. 어떤 과는 30시간 만에 이수가 가능하다고 하면 전공의법 적용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반면에 주당 100시간씩 수련 받고 4년으로 끝내야 하는 과가 있다면 상황에 맞춰 80시간으로 조정해 5년으로 늘리거나 아니면 거꾸로 120시간을 일하고 3년 만에 끝낼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교육하는 교수들과도 논의해서 현실성이 있는 방향으로 고민해 볼 수 있다.  

Q. 후보로서 본인의 강점이 있다면.

스스로의 인생에 있어선 중심이 명확하고 고집이 있다. 다만 다른 이의 삶에 대해 강요하거나 내 생각을 무조건 관철시키지 않는다. 다른 분들의 뜻을 존중하고 충분히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 1년 반의 기간 동안에도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의사 사회의 대통합을 목표로 최소한 전공의들이 묵은 앙금을 털어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조율하겠다. 

Q. 활동 이력을 보면 의료정책학교, 병원의사협의회, 미래의료포럼 등 다양하다. 이런 활동들을 했던 이유가 있나.

이렇게까지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다닌 전공의는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의사 사회가 너무 많이 갈려서 서로 미워하고 반목하는 것을 봤다. 실제로 다 만나보면 상식적이고 말이 통했다. 다들 본인의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고 노력을 했던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거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의 적은 외부에 있다. 내부에선 설득하고 통합해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Q. 의정갈등 과정에서 정권이 바뀌었다.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모든 사람에게 다 혜택을 주려다 보면 거꾸로 모든 사람이 다 돈을 더 내야 되는 상황이 된다.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 코 앞에 왔다는 기사가 매일 나오고 경기도 좋지 않다. 지금 시스템이 최소한 유지될 수 있고 돌아갈 수 있다면 다음 대안이 나올 때까진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정책 방향은 조금 많이 위험하고 어렵지 않나 걱정이 된다. 재정적인 부분, 시스템적인 면에서 필요한 분들에게 갈 재정이 모자라지 않게 잘 챙겨줬으면 한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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