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2.28 07:09최종 업데이트 20.02.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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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간 의료자문단, 초청받지 못한 의협...의료자문단 '비선' 논란

의협 "의협을 정치적으로 보고 배제" vs 의료자문단 "의협이 의학적 소견 따르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정부는 의학계 전문가를 초청해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청와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물어 기존 의료자문그룹을 경질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발언의 대상이 된 의료자문그룹도 발끈하고 나섰다. 
 
오히려 정치적 견해를 갖고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건 의협 측이라는 게 이들의 견해다. 의료계 내에서도 의협과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앞서 최대집 의협 회장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자문단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오판하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특히 의학적 사실에 기대지 않고 정부에 듣기 좋은 말만 했다는 점에서 이들을 일명 권력 지향형 비선집단으로 칭했다.

이 같은 주장을 증명하듯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재로 24일 수석보좌관회의를 개최해 감염 전문가들을 불러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의사협회를 비롯한 병원협회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

정부의 행보는 26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의학적 관점에서 의협보다 대한감염학회가 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고 발언하며 정점을 찍었다. 

의료계 의견분열 조짐은 애초에 예견돼 왔다. 예방의학회와 역학회가 지난 10일 의협과 정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의견 분열의 조짐을 보인 것이다. 앞서 지속적으로 의협은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와 더불어 코로나19를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바라보고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당시 예방의학회와 역학회는 "코로나19의 치사율이 높지 않다며 과한 대응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어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도 이들 학회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의협 "문케어 등 정치적 문제로 의협 실무에서 배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의협은 정부가 자신들의 견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부 견해만 선택적으로 청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의협에 대해서는 정치적 이유에서 의견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1월에는 질병관리본부가 주관하는 실무회의에 의협이 최대집 회장이 몇차례 참석해 왔다. 그러나 2월 이후부터는 정례적으로 이뤄지는 의약단체회의만 몇차례 열렸을 뿐, 전혀 실무회의를 통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사라졌다는 게 의협 측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의협은 복지부-의협을 잇는 소통채널을 마련할 수 있는 민관협의체를 설립해야 한다고 줄곧 외치고 있는 것이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의약단체회의는 간협, 한의협 등 모든 단체들이 참여하는 정례적인 성격이다. 이를 제외하고 실무적인 회의에 의협은 완전히 제외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월 이후 오히려 의협과의 소통을 늘려야 함에도 아예 참여를 배제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협은 이전부터 문재인 케어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해 왔고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 이번 사태에서 정치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최대집 회장의 정치 성향에 대한 선입견도 있는 것 같다"며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지역 의료기관들의 협력이 필수인 상황에서 의협을 협의에 제외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부의 기존 의료 자문그룹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자문단 "실무에서 정부 비판 많아…의학적 소견에 따라 자문 중"

반면 의료자문단에 소속된 전문가들은 의협이 오히려 의학적 소견에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측이 정치적 입장을 갖고 이번 사태에 접근하기 때문에 정부도 이들의 주장을 어쩔 수 없이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감염 전문가들과 다르게 정치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의협의 견해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의료자문단은 실제 실무협의 과정에서 정부에 전혀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히려 언성을 높이며 의학적 소견에 맞지 않는 탁상공론은 심한 면박을 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본업과 별개로 국가적 위기상황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자문을 하고 있는데, 의협 측의 이간질로 힘이 절로 빠진다는 탄식도 나왔다.
 
정부의 코로나19 실무협의에 참석하고 있는 감염 전문가 A씨는 "국가적 위기상황에 누가 정치적인 이유로 의견 자체를 묵살하겠느냐"라며 "어떤 게 썩은 계란이고 질 좋은 계란인지는 보건당국이 더 잘 안다. 정부 고위관료들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정부 의료자문그룹이 싹 바뀌었으면 좋겠다. 너무 힘든데 이런 상황을 보면서 힘이 쭉 빠진다. 감염학 전문가로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자문을 하고 있는데, 정부에 빌붙어 있는 비선실세처럼 비춰지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무협의에 참석하는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24일 수석보좌관회의 때도 그렇고 당국과의 회의에서 의료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 정부를 옹호한다는 의협의 주장과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당국이 수치만 가지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있어 현장을 전혀 모른다고 지적이 나왔다. 이 때 정부 관계자들이 민망해 할 정도였다"고 의협의 지적을 부인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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